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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chel Mar 28. 2023

봄햇살처럼 따스한 여신님 (제철 넘버 봄 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길거리를 걷다 보니 사람들의 옷차림 그리고 내딛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걸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두툼한 롱패딩과 겨울코트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이 이제야 좀 활기를 되찾은 느낌이다. 눈에 띄는 일상 속 변화는 봄이라는 계절을 온몸으로 실감케 한다.


4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3월 ,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나 보다.



하지만 어느샌가 봄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가을보다 더 짧게 느껴질지도 모를, 이 찬란하고도 생명력이 강한 계절을 붙잡아둘 수 없기에 이 순간을 있는 힘껏 즐겨야 한다.






사진 출처 - 연우무대 인스타그램



나는 제철에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듯, 그 계절감에 어울리는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뮤지컬 넘버도 포함된다.) 뮤지컬 넘버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내가 듣는 넘버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속 여신님이 보고 계셔.


이유는? 딱히 없다. 눈 깜빡할 사이 지나가는 봄이 너무 아쉬운 사람으로서 그냥 좋아하는 것을 같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https://youtu.be/7J6fneDkln4


봄을 깨우는 따사로운 햇살처럼
마른 들판에 내려오는 빗물처럼

미움도 분노도 괴로움도
그녀 숨결에 녹아서 사라질 거야

그만 아파도 돼 그만 슬퍼도 돼

그녀만 믿으면 돼

<여신님이 보고 계셔> 中



남한군 영범이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얻은 소년병 순호에게 여신님이라는 존재를 꾸며내 보다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넘버. 경쾌한 멜로디 그리고 동화 같은 가사가 인상적이다.



뮤지컬 넘버는 그냥 노래라기보다 장면과 인물을 설명해 주는 하나의 장치로 기능한다. 예를 들어 인물이나 집단을 소개한다거나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노래하거나 또는 어떤 결심을 하는 각성의 순간 등등 다양한 역할로서 극 안에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넘버는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넘버 자체로 듣기에 부담이 없는 것 같다. 뮤지컬 특성상 흔한 자극적인 소재나 가사가 이 넘버엔 없기 때문일까.






나뭇가지에 새 싹이 돋아나고 벚꽃이 피어나려 할 때쯤, 이 넘버를 듣고 있자면 봄의 기운을 두배로 느낄 수 있다. 그저 선율과 가사에만 집중하다 보면 봄햇살처럼 따스한 여신님의 존재를 정말 믿게 될지도 모른다. 겨울 내내 웅크리고 있느라 얼어붙어있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넘버를 통해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모두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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