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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l Dec 16. 2020

디자이너로써 일하기 좋은 회사의 기준은 무엇일까?

8-9년 차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이직 고민,,

다시 한번 이직의 고민이 꿈틀 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던 것 같다.

회사는 정말 잘 돼가고 있었고 성과들도 너무 좋았고 앞으로도 더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너무나도 성장 가능성이 더욱더 많은 회사였다.

초반에는 정말 즐기면서 일을 했는데 어느 순간 사업이 잘되는 거와 별개로 일을 할 때 행복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그때부터 계속 고민을 했다.


나는 현재 일할 때 왜 행복하지 않을까?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건가?
나는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은가?
다른 회사들도 사실 다 비슷한 것 같은데, 이직을 선택하는 게 맞을까?
나는 앞으로 어떤 커리어 패스를 계속 쌓아가고 싶은가?


질문의 질문을 계속하다가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와서..

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하였고 이에 이어 내가 일하기에 좋은 회사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정말 오랜만에 던지게 되었던 것 같다.


일하기 좋은 회사의 기준은 그럼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좋고 나쁜 회사는 없는 것 같다.
가끔가다 남들이 봤을 때 그 회사 별론데?라는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 별로라는 기준은 도대체 뭘까?
결국, 나의 일하는 성향과 맞는 회사와 맞지 않는 회사로 나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사람마다 회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도 다르고 선택하는 기준 또한 다르다.
내가 정확히 어떤 환경에서 혹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게 맞는지 명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고 그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하면 된다.
말은 쉽다.
하지만 매번 이직을 할 때마다 최선의 선택이길 하고 가지만..

현실은, 막상 회사를 선택할 때 내가 지금 가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면접을 통해 분위기를 알아내야 되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고 지인 찬스를 이용해 물어봐도 정보는 매번 주관적이고 한정적인 것 같다. 이 정보들을 다 듣고 거를 내용들은 걸러낸다 하더라도 가서 일해보지 않는 한 잘 풀릴 확률은 50:50이다.

  

각 시기에 따라 변하는 가치관.. 그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관도 있다.

이 일을 한 지 8-9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나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다양한 성장들을 해왔던 것 같고 그에 따라 가치관도 매번 미묘하게 계속 변했던 것 같다. 3년 차 때에 일을 바라보는 가치관, 4년 차, 5년 차, 6년 차..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 8년 차가 넘는 시기부터 또 한 번의 고민이 찾아온 것 같았다. 주니어로 일을 할 때와 다르게 이제는 시니어로써 그리고 앞으로 더 몇 년 후를 봤을 때 매니저급으로써 조금씩 겁이 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와서 파트장 역할을 어쩌다 맡게 되면서 더 많은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 내가 이 일을 계속 앞으로도 한다면 40세가 넘는 나이까지는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 매니징만 해야 하는 시기가 슬슬 다가오다 보니 나는 잘 대비하고 있는 건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은데 더 실력을 쌓아야지 롱런할 수 있지 않을까? 실무를 지금 만큼 못하는 시기가 슬슬 오는 건가?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지? 등 기존에 있던 고민 + 새로운 고민이 생겼고 머릿속은 더 복잡해져만 갔다.

하지만 이 많은 고민들을 당장 내가 해결할 수도 없고 이전에도 그래 왔던 것처럼 그 시기가 되면 어떻게든 방법은 찾아내면 되기 때문에 결국 내가 현재로써 할 수 있는 건 디자이너로써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게 맞다고 판단이 되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진 디자이너인지 어떻게 일을 할 때 행복한지 정리를 한번 다시 해보았다. 리스트업 한 내용들을 보며 내가 이 부분 중 이 회사에서 조금 더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보았지만 여태까지 그 노력을 안 했던 건 아니어서.. 이 기준들을 다시 되새겨 보며 이직할 시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참고로 말하는데 이 회사는 나쁜 회사가 아니다. 단지 내 성향과 안 맞는데 내가 맞춰가려고 노력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는 나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았다.


인생은 짧다고 보면 짧게 느껴지고 길다면 길게 느껴지는데.
2018년에 갑상선암에 걸려 전절제 수술을 한 이후로, 내 인생은 정말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날은 과연 얼마큼 남았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이왕 일하는 거 내가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일하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던 것 같다.


이왕 일하는 거 내가 행복하게 일하는 게 좋잖아 :)
행복하고 후회 없게.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즐거움을 느낄까? (2020년 ver.)

여태까지 일해왔던 환경들을 하나씩 돌이켜보며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열정적이었는지를 떠올려보게 되었고 아래와 같이 5가지가 나오게 되었다.(순서는 딱히 의미 없음)

#1. 내가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좋다.

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서로 주면서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던 회사에서 일할 때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

여기서 중요한 건 나의 성장과 나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함께 서로 동기부여를 하면서 같이 지속적으로 성장해가는 그런 분위기에서 일할 때 성과도 좋았던 것 같다. 즐겁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결국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냐 또한 매우 중요한데, 나는 일보다 사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지난 몇 년 동안 일을 해오면서 깨닫게 되었다. 나는 서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편하게 좋은 논쟁을 하는 게 너무 좋다.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려면 혼자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같이 머리를 맞대어 고민을 해야지 최적의 솔루션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너도 나도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그 누구도 정답이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그리고 최적의 선택을 하면 된다라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괜찮아. 실패를 통해 다시 극복하면 되잖아.

#2. 디자이너로써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곳이 좋다. 
사업 목적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하는 프로젝트들이 있겠지만 그게 워터풀 방식으로 위에서 계속 수직으로만 떨어지면 답답해하는 성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사업적 전략에 따라 로드맵을 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되 bottom to top으로 직원들 스스로가 why?라는 질문을 계속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위에서 시켜서 하기만 하는 구조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실무진들이 같이 제안하고 프로덕트를 같이 이끌 수 있는 자율이 주어지는 환경에서 일할 때 제일 즐거웠던 것 같다.

Simon Sinek's Golden Circle - Start with Why


#3. UX적인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

 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이지 단순 화면을 그냥 나와있는 와이어프레임에 맞춰 제작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써 조금 더 앞 단 기획과 설계까지 제대로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게 나에게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고민을 충분히 하면서 만들어 가는 환경이 나와 제일 잘 맞다. 또한 나는 충분히 UX 쪽에서 사용성을 검토하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고 가설을 세워서 그걸 바탕으로 검증을 어느 정도 하고 사용자들에게 내보내고 싶다.


#4. 기계적으로 일하기 싫고 충분한 고민을 하면서 일할 때가 좋다.
3번과 이어지는 비슷한 내용인데 뭔가 충분한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일단 찍어내는 그런 환경에서는 나는 절대로 앞으로도 더 성장할 수 없고 내 체질과 맞지 않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디자인 직군은 크리에이티브 직군이고,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충분히 앞단에서 고민을 더 할 수 있어아하고 생각을 깊게 하면서 일을 해야 되는데 다람쥐가 쳇바퀴에 굴러가듯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갈 경우 성장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실력 또한 더 이상 늘지 않고 도태되는 상황이 실제로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할 때가 좋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좋은 팀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렵다.

그 안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야 말로 정말 중요하다.

간혹 가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예고 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 기회들은 매번 감사했던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예전에 좋은 팀을 만났었고 아직까지도 내 기억 속에선 최고의 팀이었던 것 같다. 10년, 20년이 지나도 그때의 추억들을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인 것 같다.



위의 5개 항목 외에도 당연히 연봉도 중요하고 워라벨도 중요하고 사실 따지는 것이 무진장 많다. 일하는 만큼 당연히 보상도 받고 싶고 좋은 복지가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하지만 위에 항목들이 만족스럽지 못할 경우 다른 부분들이 충족되더라도 항상 허전함이 찾아왔고 아직까지는 조금 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즐기면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이번에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년에, 그리고 2년 뒤 혹은 5년 뒤 위에 적은 항목들의 내용들이 바뀔 수도 있다.

가치관이 변할 수도 있고, 추구하는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가 갖고 있는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열정을 잃고 싶지 않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까지 뭐든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오늘 퇴사를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이번 퇴사 고민은 유독 정말 쉽지 않았고 애착을 특별히 더 갖고 구축했던 서비스라 미련이 많이 남아 있어서 여지라는 게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와서 정말 많은 것들을 겪게 되었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행복했던 시기도 공존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깨닫게 된 건 회사의 성장과 나의 행복은 별개라는 걸 확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회사가 잘 됐을 때의 성취감도 있지만 결국 내가 디자이너로써 얻게 되는 행복감은 또한 별개라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왔던 것 같다.

최근 1주 반 동안 하루에도 수십 번씩 퇴사 번복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고 그런 고민을 할 시간에 머리가 덜 정리된 것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고 생각 정리를 하는데 도움을 많이 주었다. 올해 초부터 계속 고민을 해왔고 이 글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 현재 회사에 남아 있는다고 했을 때 똑같은 고민을 계속할 것 같았다.


현 회사에서의 여정은 아쉽게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

내가 선택한 또 다른 도약은 나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여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항상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내가 맡은 일을 잘해보고 싶다.

아직까지는 더 성장하고 싶고 롱런 하고 싶다. 앞으로 5년 후 그리고 10년 후 그 이상으로 봤을 때 남들이 나와 계속 일하고픈 같이 함께하고픈 그런 리더이자 동료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도 이왕 일하는 거 조금 더 행복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


귀여운 우리 엄마의 오타. 졸~

또 다른 도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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