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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치노매드 Nov 18. 2022

나애리 이 나쁜 기집애의 진실

20세기 소녀에 대한 재평가

90년대 만화가 그러하듯 등장인물은 선과 악으로 쉽게 구별된다. 주인공은 선하고 아픔이 있는 과거를 딛고 성공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은 주인공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고 누가 보더라도 쉽게 분노하게끔 말하고 행동한다. 달려라 하니에서도 비슷한 클리셰이다. 악역이라 하면 나애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하니와 같은 달리기 선수인데다 실력도 월등하고 하니를 대놓고 무시하기까지 한다. 악역의 조건은 모두 갖춘 셈이다.


그런데 말이다. 나애리는 왜 하니에게 못되게 굴까?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둘의 첫 만남을 돌아보아야 한다. 하니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가 중동 건설현장에 파견 나가게 되자 아빠는 집을 팔게 된다. 엄마와 추억이 깃든 집과 정원의 대추나무를 보러 하니는 신문을 돌리는 길에 옛집에 들린다. 그리곤 한참을 담장에 매달려 구경하다 간다. 그 옛집에 다름 아닌 나애리가 살고 있다. 넣지 말라는 신문을 넣고 담 넘어 자신의 집을 구경하는 하니가 불편했던 나애리.


만약 우리 집에 누군가 이렇게 행동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① 그냥 참는다

② 좋게 말로 한다

③ 경찰에 신고한다


나애리는 이 모두 아닌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택한다. 첫 만남에 도망치는 하니를 잡아 조곤조곤 따진다. 따지다 못해 급기야 신문을 돌돌 말아 뺨을 때리기까지 한다. 

 신문 넣지 말랬지?  (출처: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니는 엄마와의 옛 추억을 기억하며 계속 나애리의 집에 찾아온다. 

 매일 같이 찾아오는 하니...  (출처: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이를 지켜보던 나애리는 하니에게 이번 달리기 시합에서 자신을 이긴다면 집을 구경해도 좋다는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이 말은 하니의 의욕을 활활 불태우는 도화선이 되었다. 

출처: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하니는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여 줄곧 월등한 실력으로 앞서던  나애리를 마침내 꺾고 만다. 결과적으로 나애리는 하니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누구보다 훌륭한 코치 역할을 한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애리는 일관되게 싸가지 없는 말투를 쓴다.


이렇게 말은 재수 없지만 실제 행동은 선한 캐릭터를 가리켜 ‘츤데레’라고 부르던가?

츤데레의 대명사, 이서진  (출처: 유 퀴즈 온 더 블럭)

최근 달려라 하니에 달린 댓글도 나애리를 다른 시선으로 읽는 듯하다.

 나애리에 대한 요즘 댓글 (출처: 유튜브)


달려라 하니 마지막화에서 나애리는 하니를 응원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진심마저 드러낸다.  이런 모습이야 말로 우리가 나애리를 재평가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

 실은 하니를 응원했던 나애리 이 착한 기집애... (출처: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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