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 인도 여행의 시작.
10년짜리 여권이 내년에 만료가 된다. 거의 10년 만에 처음 나가는 해외가 인도 라니. 난 참 무식해서 용감하다. 어찌 됐든 계획대로 결국 인도에 도착했다. 자 그럼 먼저 내가 도착한 인도 뉴델리를 만들어보자. 레시피는 아래와 같다. 내가 본 부분이 도시 전체의 모습이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뉴델리 만들기>
1. 준비물: 무너진 건물, 난잡한 전선, 일반인 100명, 노숙자 20명, 하의실종(half-naked) 거지 1명(문화 충격 용), 소 15마리, 개 20마리, 소똥, 개똥, 쓰레기...그리고 여행객의 혼을 빼는 끊임없는 경적 소리(1초라도 경적소리가 끊기면 그건 인도가 아니다.)
2. 준비가 완료되면 커다란 봉지에 넣고 잘 섞어준다. 심하게 흔들어 섞다가 부딪혀 깨지는 것은 전혀 상관없다.
3. 끝. 창조의 신 브라흐마가 만들다 귀찮아 접어둔 뉴델리 완성.
이것이 내가 처음 인도에서 받은 인상이다. 질서도 없고, 비위생적인 환경에 40도가 넘는 더위. 길바닥에는 넘쳐나는 각종 쓰레기, 소변을 볼 수 있는 공중 화장실은 인도(pavement) 한 복판에 노출되어 있고, 쓰레기통을 뒤져 먹이를 찾는 소와 개, 그리고 그 놈들의 똥. 쓰레기통을 뒤지는 소라니... 오래된 건물은 고쳐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고 길에는 소도 개도 사람도 누워서 자고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소리. 이것은 마치 신이 세상을 창조하다 귀찮아서 인도는 대충 꾸깃꾸깃 만들어 집어던져 놓은 듯하다. 뉴델리 꼴이야 어쨌든 오래 머물 곳은 아니다. 난 이곳을 기착지로 해발 3200m 천해 자연을 품고 있는 ‘레’라는 곳을 시작으로 블루시티라는 별명의 브라만(카스트 계급의 상위 층)의 도시 ‘조드푸르’까지 여정을 시작할 것이다.
그래도 인도의 수도 뉴델리를 이런 식으로 접어두는 것은 여행객으로서 도리가 아닌 듯하다. 그래서 델리에서 가장 유명한 재래시장인 ‘찬드니 초크’로 나갔다. 저녁 6시에 도착해 ‘찬드니 초크’까지 가니 이미 해는 지고 어두웠다. 어둠과 끊임없는 자동차 경적소리가 깔린 이곳에서 아마추어 여행객의 티를 내면 범죄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난 더 힘찬 발걸음과 당당한 시선으로 거침없이 ‘찬드니 초크’의 밤거리를 돌아다녔다. 물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주변을 살피며 왔던 길을 다시 밟아 무사히 지하철 역으로 복귀하였다. ‘우훗, 첫날부터 이 정도의 적응력이라니!’ 10년간 여권에 쌓인 먼지는 이렇게 털어버렸다. 첫 번째 목적지인 ‘레’로 가는 비행기는 내일 새벽 5시 55분이다. 굳이 숙소를 찾는 것보다 공항에서 노숙하는 편이 안전하고 숙박비도 아낄 수 있다. ‘찬드니 초크’의 기분 좋은 혼란을 뒤로한 채 공항으로 돌아왔다. 적당히 노숙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의자에 누워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