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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03. 2018

로다와 하드우드

로다, 목공을 배우다. 두번째편

로다는 첫번째 목공학원에서 수많은 수강생과 짜증만내는 선생때문에 '내디내만목공학원'에 학을 떼고 말았다. 국비지원에 대한 안좋은 인상만 생겨서 다음 목공 학원은 조금더 집중할 수 있고 차분한 선생님을 만나길 바랐다. 최근 젊은 목수들이 많아지고 목공방도 부쩍 늘면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곳은 많았다. 여러 공방을 알아보고 로다에게 필요한 목공 수업이 어디일까 찾아보았다. 찾다보니 최근 목공방도 부쩍 늘어나고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나무 작업을 다루는 곳이 참 많아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곳들 중 세곳으로 추렸다.

 


출처 : 각 공방의 페이스북, 홈페이지, 블로그 등 (왼쪽부터 나무와늘보, 해쉬더우드,고요퍼니처)

나무와늘보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보인다. 공동체 문화가 잘 다져진, 목공기술과 나무의 철학이 돋보이는 곳.


해쉬더우드

원데이 클래스가 활성화 되어있고, <나혼자산다> 김동완의 출연과 소지섭 송지효 등의 연예인들이 방문하면서 유명해 진 곳. 가구제작보단 교육 위주인 것 같다


고요퍼니처

네이밍에서도 느껴지는, 고유의 브랜드 이미지(고요한 느낌)를 갖고 있는 곳. 하드우드를 사용하고 짜맞춤방식으로 정갈한 디자인의 가구들이 매력적이다. (목재와 공구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목공방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작게나마 있는 쇼룸이 이 가구의 느낌을 더욱 살려주었다. 로다와 더 잘 맞다고 생각했다)




고요퍼니처 가는길


세 공방으로 선택지를 좁히고 방문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처음 가본 곳은 고요퍼니처. 고즈넉한 종묘의 돌담길을 따라 걸었다. 왼쪽엔 돌담길 오른쪽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오래된 건물들이 나란히 서있고 조명 도매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군데군데 임대를 놓은 곳들도 있었다. 원남도 사거리 쪽으로 한참을 걸어 돌담길이 끝나갈 즘에야 왠지 핫해보이는 카페가 등장한다. 헤이줄리. 하얗지만 정감있는 내부 인테리어와 루프탑이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예스러운 돌담길과 푸르디 푸른 나무들이 보여서 절로 힐링이 된다)

헤이줄리 옆옆집 고요퍼니처

그 옆옆집이 고요퍼니처다. (헤이줄리와 고요퍼니처 가운데 건물은 현재 공사 중(18.7월), 뭔가 핫한 곳이 들어올 것만 같은 예감이다.)미리 메일로 방문일정을 잡고 찾아간 고요퍼니처는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더욱 깔끔하고 정감있어 보였다. 작은 쇼룸은 거의 햇볕으로만 조명을 밝히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욱 편안한 느낌이었다.


가구디자이너이자 고요퍼니처의 대표이신 선생님께 로다가 취미가 아닌 공방 창업을 목표로, 나무하는 일을 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진심어린 조언들을 해주셨다.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은 '브랜드 정체성'이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어야한다고 하셨다. 선생님과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컨셉이 애매한 공방들은 3년이 지난 현재 폐업했거나 운영이 힘들다고 한다. 컨셉을 명확히 정하고 오픈을 해야지, 공방부터 열고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하셨다.  


출처: 고요퍼니처 블로그


공방을 열고 2-3년은 누구나 힘든 시기를 겪는다. 자리잡는 시간이 대체적으로 3년 안팎인가보다. 백종원의 골목가게 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요리연구가 백종원은 식당 오픈 후 무조건 3년은 버티라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그 후에는 인지도도 올라가면서 사정이 점점 나아진다고 한다.  


아직 교육을 시작하지도 않은 예비 수강생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시는 모습이 참 감사했다. 교육 커리큘럼을 간단히 듣고 나와 다른 목공방을 방문해 볼 생각이었지만 우리는 고요퍼니처에 이미 마음이 꽂혀서 이 곳에서 나무를 배우기로 했다.


교육이 주가 되어 운영되는 공방이 아닌 1인 작업실에 가까웠기 때문에 수강인원은 1-2인이 다였다. 그 점이 로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정신없고 소리만 질러대던 강사가 있던 곳을 경험한 직후라 고요퍼니처로 빠르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생활은 잘하는 로다였지만 내성적인 성격이라 편히 공방 교육을 들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놓였다.(교육이 어느정도 진행되고 선생님이 로다에게  나에 대해 말했다고 했다. "같이 오신 분이 걱정하는 눈빛으로 이곳에 맡겨도 되나 하는 표정"이었다고.)




하드우드와 소프트우드


고요퍼니처는 하드우드 원목 가구를 제작 판매 하는 곳이라 수업에 쓰이는 나무도 하드우드다. (물론 처음에는 소프트우드로 익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로다에게 둘의 차이를 물었다.


"물렁한 나무랑 딱딱한 나무인거에요?"


"쉽게 이해하면 그래. 하드우드는 활엽수이고. 이름 자체에서 느껴지듯 단단하고 딱딱해서 톱질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아. 견고하고 튼튼하다보니 짜맞춤 가구에 적격이지."


"근데 왜 사람들이 하드우드 안써요?"


"가격이 쎄. 그래서 소프트우드를 쓰는거지. 근데 나무 자체가 물러서 변형되기 쉬워. 가구로는 원래 적합하지가 않아. 그릇이나 책에 쉽게 찍힌 자국이 나니깐."

"신혼부부나 이제 막 독립하는 1인 가구에는 소프트우드로 쓰인 가구를 쓰기 좋겠네요! 좀 쓰다가 경제적 받침이 될 때 뭔가 나만의 가구 나만의 나무 느낌으로 하드우드 가구 쓰고."

"소프트우드가 확실히 페인트 칠같은 착색작업하는데도 좋아서 막 집을 꾸미기 시작하는 젊은 사람들이 쓰기 좋은 목재 가구야. 애기 있는 집에도 좋고. 요즘 애기있는 집엔 편백나무로 된 가구를 많이 쓰더라. 피톤치드가 나와서 인기가 많아."


"우리도 편백나무 가구 써요~!"

"기술 다 배우기 전엔 일단.. 이케아로 버텨보자.. "


집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가구(침대 매트리스 조명 옷장 테이블 서랍장 의자 선반 주방도구(식기) 러그 욕실용품 등)가 이케아 제품인 우리집. 처음엔 좋았지만 좀 쓰다보니 삐그덕 대는 곳도 많고 얼룩도 잘 안닦이고 불편한 점이 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로다가 얼른 목공기술을 얼른 익혀서 우리집 가구들을 하나둘씩 바꿔나가면 좋겠다.  뭐해먹고 살지의 나쁜 예다.  기술 배워서 돈 벌어야하는데 로다의 기술로 나 좋은 일만 하려고 한다.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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