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일잘러 백종원, 승우아빠, 슈카에겐 의외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1.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약칭 와우)>의 공대장 출신이라는 점인데요. "공대장이 사회에서도 일 잘한다”는 말은 농담이지만 게임과 현실 사이에 교집합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2. 공대장은 30명을 이끌고 미션을 수행하는 팀의 지휘관입니다. 30명이 일주일에 몇십시간씩 돈까지 들여가며 합심해도 수행하기 어려운 목표를 수행하게 만들어야 하죠. 슈카는 와우를 플레이하느라 대학시절 중 3년이 사라졌다고 할 정도입니다. 3. 현실에서 공대장과 비슷한 역할은 대기업 부장, 교사, 중소기업 사장 정도일 겁니다. 구성원의 인사와 갈등 해결, 업무 분배, 동기 부여 등등 조직 관리 차원의 문제 해결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요. 이에 대해서는 유튜브 채널 '승우아빠', '중년게이머 김실장'에서 다루기도 했는데요. 4. 회사에서 벌어지는 갈등이라면 와우의 공격대에서도 그대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령 잦은 실수로 문제를 일으키는 팀원을 견디다 못해 유능한 인재가 이탈하는 문제 정도는 일상입니다. 5. 이외에도 30명에게 정당한 보상과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일을 맡아야 합니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내가 사회에서 공정하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는지 떠올려보면 알 거예요. 이런 문제야말로 확실한 정답이 없고, 건마다 접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심지어 현실에서는 팀이 나눠져있기라도 한데, 정규공격대는 인원 전부가 하나의 몹을 잡는 식입니다. 얽혀있는 사람이 많으니 갈등 양상도 복잡하겠죠. 6. ‘중년게이머 김실장’은 공대장에게 필요한 자질을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강조합니다. 보스몹을 잡는 스킬은 문제 풀이의 영역이고, 조직 운영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고 구분하면서요. 후자가 훨씬 현실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7. 게다가, 현실 세계에서라면 한 달에 두세번 겪을 문제를, 게임에서 이틀에 한 번씩 겪는다면?? 공대장하면 탈모 생긴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 흠흠 중요한 건 학창 시절의 공부보다 게임이 사회에서 요구되는 자질을 더 정확히 재현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8. 학창 시절의 공부는 기초 지식 함양에 치우쳐져 있었죠. 교우관계와 팀워크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애초부터 팀 단위 미션 수행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쪽이 훨씬 더 밀도가 높은 셈입니다. 9. 우리는 게임에서 무언가 배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배움이란 이론 습득이 아닌 반복 훈련을 통한 체득입니다. 조직 관리 능력은 조직 관리를 경험해야 배울 수 있습니다. 회사의 업무도 마찬가지고요. 10. 그래서 21세기에는 직원 교육을 위해 게임을 개발한 기업이 등장하고 있고, 2009년 뉴욕에는 게임 기반 학교가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그 엉덩이 무거운 교육마저 움직이고 있어요. (교육학에 살짝 발을 담갔던 입장으로서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상당히 반가운 일입니다.) 11. 하지만 여전히 게임을 향한 편견은 공고합니다. 마치 조선시대에 소설이 처음 들어왔을 때 농부와 정치인과 아무 것도 안하고 천박한 소설만 보는 게 사회 문제라는 식의 논리를 보는 듯합니다. 재즈도, 회화도 태동기에는 같은 구박을 받았죠. 특히 한국에선 공부 안 하고 게임에 빠져있다는 부정적 편견이 강합니다. 12. 더 많은 사람이 게이미피케이션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생활 속 게이미피케이션에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가 있고, 접근 방법과 결과는 어떤지에 대해서 같이 탐구해보고 싶습니다. 13.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관심이 있는 사람을 모아 판을 키우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게임이라는 도구가 유용할 거라는 가설과 함께요. 아래 링크에서 구독을 신청하면, 이달 말부터 이 여정에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