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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14. 2024

무리하지 않는 연습

이젠 더 이상 청년이 아닌 나에게...

무릎이 아파서 3주째 운동을 못 나가고 있다. 군대에서부터 좋지 않던 무릎이었고 이따금씩 통증이 있긴 했지만, 이번엔 좀 심상치가 않아서 일단 쉬면서 상태를 보고 있다. 사실 지난 연말부터 운동에 재미가 붙어, 나와 나이도 단도 비슷한 사범님과 수련시간 이후 따로 개인 연습을 꽤 격렬하게 했는데 그게 탈이 난 게 아닌가 싶다. 한창 운동에 불이 붙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주저앉는 게 아닌가 싶어 살짝 의기소침해졌다.


30대 때까지는 격하게 운동을 해도 하루 이틀 푹 쉬면 금방 회복이 됐는데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체력을 회복하는 거야 그냥 좀 더 오래 쉬면 되지만, 문제는 어딘가 아픈 데가 생겼을 때다. 예전 같으면 파스 붙이고 며칠 쉬면 가라앉았을 통증이 도통 낫지를 않는다. 조바심 때문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다시 죽도를 잡았다가 결국 고질병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기도 했고 작년부터 직접 겪기도 했다. 점점 몸이 내 의지와 다르게 자꾸 삐걱댄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어느덧 검도 대회를 나가면 중년부에 이름을 올리게 된 입장이 되어보니, 청년부 시합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와... 나도 저 때 저런 힘과 스피드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에 괜히 더 오기를 내서 연습에 임해보고, 아직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 훈련 강도를 올리면 바로 부상행이다. 결국 이젠 나이에 맞는 운동을 하라는 몸의 경고가 내려진 것이다. 무리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나 할까.


젊은 사람과 다르지 않고 똑같이 일할 수 있다며 자신은 전혀 노쇠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 주려고 기를 써봤자 소용없다. 무슨 일이든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도를 넘은 것이다.(기시미 이치로, 「일과 인생」 中)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글처럼,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라며 오기를 부리는 건 무색한 일이다. 이미 난 그 왕성한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설령 한 달을 미친 듯이 연습해서 젊은 사람처럼 운동해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돌아오는 건 부상과 자괴감뿐일 텐데. 이젠 마음속 조바심을 누르고, 몸을 달래 가며 '적절한' 운동을 할 때가 됐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것. 그게 건전하게 나이를 먹는 자세인 것 같다. 서글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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