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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EV6 GT

사고 싶은 이유.

by 조진혁
KakaoTalk_20220427_202517188.jpg 작년 초가을 행사장에서 찍은 사진


사고 싶은 전기차 : 기아 EV6 GT Line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게 변하더라. <매드맥스>의 워보이들이처럼 8기통 찬양하던 내가, 내연기관 자동차가 우월하다고 떠들던 내가, 이제는 전기차를 탐낸다. 내가 간사해진 건 요즘 전기차가 기대 이상이라 그렇다. 너무 잘 만들었다. 신형 전기차들을 시승하다보면 드라이빙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이건 어떤 종류의 깨달음이기도 하다. 나는 왜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나, 새로운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 하나. 뭐 그런 깨달음.


하여튼, 큰 가르침의 계기가 된 전기차들 중에서 사고 싶은 건 기아 EV6 GT라인이다. 스포츠카 분위기를 내는 전기차 중에서 이 만한 가성비를 갖춘 건 없다. 가격은 5,980만원으로 체급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지자체 보조금을 최대한 당기면 4천만원 후반대에 구입가능하다. 내 신용으로 어떻게 비벼볼만한 신형 전기차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당장 구매 계약을 해도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갖기 쉬운 차는 아니다.


EV6는 요즘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아이오닉5와는 이란성 쌍둥이다.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E-GMP라는 플랫폼을 공유하는 사이다. 아이오닉5가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하는 데 열중했다면, EV6는 펀 드라이빙 중심으로 설계됐다. 실내는 아이오닉5 만큼 넓지는 않지만 대신 더 날렵한 외모와 날카로운 주행감각을 지녔다.


전기차의 특징은 빠른 가속과 균형감이다. EV6의 초반 가속은 어지간한 스포츠카 못지않다. 평소에도 반응이 ‘빠릿’한데, 주행모드에서 스포츠를 선택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계기판이 붉은 톤으로 바뀌고, 엔진도 없는 것이 엔진 소리를 낸다. 가속페달을 슬쩍 밟아도 순식간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가벼웠던 운전대는 무게감이 생긴다. 차량 하부에 배치된 배터리가 균형감을 맞추는 역할도 해 안정감도 강조된다. 고속 주행시 차체가 노면에 바싹 붙은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 안정감은 고속 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내는 부족함 없다. 옵션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다 보니 최신 기능은 모조리 넣었다. 선명하고 화사한 디스플레이, 말을 정확히 알아듣는 음성인식 서비스, 자율주행 기능과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 미래 기능으로 무장했다. 주행거리도 길다. 1회 충전 복합거리가 무려 441km에 달한다. 실제 전비는 이 보다 더 효율적이다. 급속 충전도 지원해 충전 스트레스도 적다. 장거리도 충분한 수치이지만, 나는 여행 보다는 출퇴근용으로 사고 싶다. EV6에는 직장생활의 괴로움을 풀어줄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괴로움이야 내 마음의 문제이긴 하지만 EV6의 쾌적함이라면 조금 더 쉽게 해소할 수 있겠다.


얼루어 20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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