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장 호소문

인천서흥초등학교 6학년 3반 아이(들)의 호소문

현대시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 동네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화마가 덮치기 바로 전날, 동네 친구들과 함께하는 팟캐스트에서 현대시장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지 ‘지안이네 집’이 곧 재개발로 철거될 것이니 그 동네와 근처 시장을 한번 가보시라고. 화재 소식을 접한 팟캐스트 청취자들도 인천에 불난 시장이 거기 아니냐는 걱정의 글을 남겼다. 인천 가면 현대시장에 들러 물건이라도 사야겠다는 응원 댓글과 함께.      

걱정이 되어 오랜만에 나도 현대시장을 찾았다. 배다리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후 종종 들르긴 했는데, 반찬을 사다 먹던 가게가 문을 닫고부터는 발길이 뜸했었다. 그런데 막상 시장에 가보니 뉴스에서 본 것과는 달리 불이 어디에 났다는 건지 예전 모습 그대로 차분히 장사를 하고 있다. 다행이다 싶어 장을 보며 돌아보는데, 청과물을 팔던 골목이 온통 화재로 쑥대밭이 되어 있다. 쇠기둥은 녹아내리고 타다 남은 채소와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다. 어떤 점포에선 그거라도 살려보려는 상인이 넋 나간 얼굴로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 어려워 시장 밖으로 나왔다. 

      

‘현대시장을 도와주세요!’ 신호등을 건너는데 낮은 화단 벽에 붙은 호소문이 나를 돌려세운다. 시장 앞에 있는 서흥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의 글이다. ‘현대시장에 많이 방문해 주세요. 여러분이 함께 하면 상인분들도 힘이 조금이라도 날 거예요! 따뜻한 한 마디라도 해주세요.’      

재난을 겪는 이(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할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일조차 몹시 괴롭다.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고 생각났다 해도 그것을 목구멍 밖으로 꺼내기는 더 어려울 것 같다. 초등학생의 호소대로 현대시장을 종종 들르는 것은 그보다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다. 그게 상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다면.

이번 화재로 현대시장 점포 205곳 가운데 47곳이 불탔다고 한다. 불탄 곳은 수습 중이고 158개 점포들은 여전히 장사를 하고 있다.           

 

(인천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