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Feb 06. 2023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그 누구도 서점에서는 결코 외롭지 않다.”     - 피넬로피 피츠제랄드 「북샵」(1978) 중에서     


동네 단골 헌책방 출입문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사장님이  건가 싶어 여쭤보니 아니란다. 영화에서  거라며 내용을 들려주신다.

남편과 사별한 중년의 여인이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 홀로 서점을 열려고 . 남편을 처음 만난 추억의 장소였지. 그런데 하필 서점으로 하려던 장소가 문제였어. 지역유지가 탐내던 오래된 건물이었거든. 그래서 외지인인 그녀 일에 온갖 훼방을 . 그녀는 굴하지 않아. 다행히 마을에서 그녀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어. 아내를 잃고 은둔하던 사람인데  또한 책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어. 둘이 비슷했지. 하지만 지역유지의 방해 공작은 악랄했어….”      


영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스토리가 사장님 사연과 비슷하다. 은퇴 이후 가진 것 없이 막막하고 외롭던 시기. 당신도 헌책방 문을 열 때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그에게는 못된 지역유지 대신 조력자들이 있었다. 기존에 터를 잡고 있던 동네 책방들이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덕분에 사장님네 노부부는 동네에 정착할 수 있었다. 인천의 오래된 헌책방 동네, 배다리의 삼성서림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야기다.      


사장님이 들려주시던 영화는 영국 작가 피넬로피 피츠제랄드의 소설 「북샵」(1978)이 원작이다. 소설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겼다고 한다. 작가 이력이 특이한데, 그녀 나이 61세에 첫 소설을 펴냈다. 병든 남편을 위로하려 쓰기 시작한 것이 직업이 되었다고 한다. 뒤늦은 데뷔였지만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었다.


책방 손님 누구에게나 사장님은 믹스 커피를 권한다. 손님이라고 해봐야 하루 종일 뜸하고 그나마 책을 사는 이는 더 적다. 오히려 갈 곳 없는 동네 어르신들이 따뜻한 온기를 찾아 책방을 찾는다. 할 일 없는 이도 잠시 책장을 넘기며 숨을 고른다. 책을 사지 않아도 책방은 누구에게나 피난처가 되어준다. 마치 책으로 만든 공원 같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가롭게 책을 읽다 출입문을 바라본다. 뒤집힌 글자가 내게는 이렇게 읽힌다.


“그 누구도 결코 외롭지 않아야 한다.”


(동아일보에 쓴 글입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30205/117747452/1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짬뽕집이 없는 중년은 슬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