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집에서 나와 터덜터덜 걷다 보면 무슨 조화인지 어느새 나도 몰래 자유공원에 와있다. 싸리재 길로 신포동을 지나 중구청 앞으로 걸어도 그렇고 중앙시장과 동인천역을 통과해 대한서림 앞으로 가도 마찬가지. 자유의 블랙홀인 것 마냥 자유공원은 자유로운 원도심 산책자를 매번 끌어당긴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도 기운이 남아 차이나타운을 지나 8 부두까지 달려본다. 바다 물길 넘어 월미도가 바라보이면 그제야 내 고향 인천은 항구도시임을 깨닫는다. 오랜 세월 산업시설로 막혀있던 바다. 이제 곧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8 부두에서 바라보는 월미도 풍광이 오늘따라 더 아름다워 보인다.
허기진 배는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으로 때우기로 한다. 마침 무슨 축제를 하는지 거리에 인파가 가득하다. 북과 징 그리고 빠의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여의주를 쫓는 용의 무리와 사자탈을 쓴 행렬이 거리를 차지한다. 오랜만에 보는 용춤과 사자춤이다. 짜장면 축제 볼거리로 마련된 ‘의선중국전통공연단'의 퍼레이드다.
공연하는 무리에 아는 얼굴이 있다. 화교중산학교 왕미준(王微俊) 체육선생. 인천에서 태어난 화교로 중국무술 수련자이자 공연단의 단장이다. 중국 전통무술과 공연을 배우기 위해 대만으로 유학을 다녀와 명맥이 끊겼던 차이나타운 용춤과 사자춤을 부활시켰다. 그가 아니었다면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전통공연을 더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원도심 산책자의 발길이 자유공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곳이 사방으로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개인의 존엄을 우선하는 자유의 가치가, 누구에게나 열린 빈 공간으로 실현된 자유공원. 그리고 그 옆에서 오랜 세월 우리와 함께한 화교들. 서로 다른 문화가 뒤섞여 찌장면이 탄생했듯 나의 아름다운 도시가 앞으로 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을 포용하는 세계적인 항구도시가 되길 짜장면을 비비며 기대해 본다.
봉봉 [단독주택에 진심입니다]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