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Jun 05. 2024

인천사람은 어떤 사람?

2024년 6월 3일. 인천 학익동 경인방송 사옥


이형민의 고향은 전남 무안이다. 10살 무렵 누나들을 따라 인천으로 이사를 왔다. 누나들은 공장에서 일하며 막내 동생을 키웠다. 부평, 계양 등 인천 원도심 지하방을 전전하면서도 막내 동생만큼은 기죽지 않게 하고 싶었다.      


착한 막내 동생은 방학이면 공사장 막일부터 세차장 청소까지 닥치는 대로 일을 해냈다. 번 돈은 모두 누나에게 주었다. 가난 때문에 일찍 철이든 고등학생은 부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는 운동에 소질이 있었고 성대모사에 재능이 있었다. 보디빌딩으로 체대를 졸업한 20대부터 인천 계산동에서 레크리에이션 강사 일을 하며 헬스클럽을 개업했다. 그의 밑천이 되어준 것은 역시 누나였다. 누나는 동생이 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되돌려주었다.      


1999년 결혼 첫 해, 아내의 권유로 ‘슈퍼보이스탤런트선발대회’에 참가했다. 아내의 예상대로 대상을 받았다. 인터넷 방송에서 ‘엽기 김대중’으로 부시 대통령을 까며 이름을 날렸다. 이후 이형민은 배칠수가 되었다. 본명은 아니었지만 라디오를 통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성공한 후에도 인천을 떠나지 않았다.     


‘이형민’이란 이름에 나의 아버지 어머니 이름을 넣어본다. 충청 논산과 연기에서 돈 벌기 위해 인천으로 이주해 온 나의 부모님. 그리고 전라도에서 올라온 내 친구네 이야기. 전쟁 통에 내려온 동네 이북 할머니들. 모두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인천 사람들이다. 


이부망천, 마계도시 온갖 헛소리에도 인천 사람들은 인천에서 잘 살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났어도 도시 정체성이 없으면 인천사람이라 할 수 없듯, 인천에서 나지 않아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착이 있다면 그게 인천 사람이다.      


할 말은 시원하게 하고 못 할 말도 능청스러운 성대모사로 서민들을 울고 웃게 했던 인천사람 배칠수, 자신은 인천사람이라 말하는 그의 방송을 기대하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닭강정과 배다리 헌책방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