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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틀리고 그때도 틀렸다 2편

남성 서사 비판

by Radsbos

귀여운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아닌

여혐 꿈나무 짱구에 대하여

ⓒ 이미지 출처: 짱구는 못말려

페미니즘과 여성 혐오를 인지하기 전에도 짱구 내용의 일부분이 불편하곤 했다. 유치원생으로 표방되는 남아가 여성을 대상으로 캣콜링을 하는 장면은 어린 날의 나에게 찝찝한 불쾌감을 남겼다. 짱구는 귀여운 캐릭터성을 지닌 유치원생으로 그려지며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희롱 또한 멋모르는 어린 아이의 가벼운 행동으로만 비추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여성들을 볼 때마다 ‘예쁜 누나’라며 얼굴을 붉히고 성희롱을 하고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그릇된 장면들마저 어린 짱구라는 구실을 통해 가볍고 우스꽝스럽게만 보이곤 했다.

작중에서 여성 캐릭터들을 대하는 시야도 매우 여성혐오적이다. 나미리 선생님을 ‘된장녀’와 ‘노처녀’로 묘사하고 짱구의 엄마인 봉미선을 몸매와 나이로 품평하는 장면에서 그를 알 수 있다.

짱구의 주 시청자층은 어린 아이들이며 그들은 성인에 비해 옳고 그름에 대한 분별 능력이 낮다. 때문에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그 모든 것을 옳은 것으로 답습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희롱하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더 이상 아이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소비 대상이 아니다. 온갖 여성 혐오를 내보이는 애니메이션 속 불편한 캐릭터, 그게 짱구의 전부일 뿐이다.




남성들의 빻타지를 부수자!

ⓒ 이미지 출처: 복학왕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하나의 재미는 사회를 풍자하는 요소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웹툰, 개그, 소설 등으로 드러나는 사회의 이면을 즐겨 보곤 했었는데, 이번에 소개할 웹툰 <복학왕>에서는 남성들의 빻은 판타지인 역차별을 소재로 삼아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려 했다. 문제의 부분은 대기업 인턴으로 입사한 여성 캐릭터가 회식 자리에서 조개껍데기를 깨고(대게로 대체되었다) 정직원으로 승진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여성은 임금, 채용차별과 경력단절에 시달리며 경제 활동을 방해받고 있다. 하지만 남창작자는 여성이 성을 가지고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왜곡된 시선을 가지고 이를 작품에 투영했다. 실제 여성들이 어떻게 사는지 전혀 고찰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이 작품 속 여성은 성접대를 통해 경제적 이익의 기반을 얻게 된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여성들 간의 관계에서도 왜곡된 시선이 잘 드러나 있는데, 여자는 남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남자를 이유로 서로를 질투한다.

여성들이 실제로 남성 폭력에 대항하기 위해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과는 달리 남성이 원하는 여성들의 판타지적인 모습만이 작품에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을 다루는 과잉 성애화적 시각과 여성혐오적 시각은 여성으로 하여금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선택을 거부한 여자는 등장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작품을 보며 살아가는 사람에게 어떤 시각이 생기겠는가?




여성혐오로 얼룩진

‘지금 이 순간’

ⓒ 이미지 출처: 지킬앤하이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중 하나임과 동시에 구시대적이고 성차별적인 여성 캐릭터 사용으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다. 뮤지컬 에서는 원작 책에서도 등장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 엠마와 루시를 등장 시켜 ‘성녀’와 ‘창녀’의 캐릭터성을 부여한다.

엠마는 지킬의 약혼자로, 지킬의 실험이 모두에게 비판받을 때 지킬을 보듬어주고 안정감을 주는 ‘어머니’ 같은 캐릭터이다.

한편 루시는 술집의 ‘쇼걸’로 등장해 하이드의 억압되어왔던 성적 욕망을 해소해주며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전형적인 ‘창녀’ 캐릭터다. 더불어 공연 후반부에서 루시는 자신의 인생을 찾기 위해 하이드를 떠난다는 이유로 분노한 하이드에게 죽임을 당하고 만다. 예술은 그 시대의 보편적인 정신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여성 캐릭터를 ‘성녀’ 혹은 ‘창녀’로만 취급하며, 여성 캐릭터가 남성 캐릭터로 인해 희생당하는 작품이 인기와 명성을 얻는 세상에 살아야 할까?




여성의 ‘인생’영화는

여성의 손에서 나온다.

ⓒ 이미지 출처: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여성이자 레즈비언인 내가 즐길 수 있는 영화는 기껏해야 한 줌이다. 영화 는 멋모르던 때의 내 인생 영화 중 하나였다. 영화의 색감과 배우들의 연기, 게다가 레즈비언 서사라는 점은 그 이유로 충분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인터뷰에서 남감독이 베드신을 10시간이나 지시하여 두 배우가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호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영화 내용을 돌이켜보니 이전에 느꼈던 아름다움은 사라졌고, 남은 건 남감독의 시선에서 그려진 레즈비언 판타지였다. 과장된 체위와 그걸 담는 노골적인 카메라 앵글은 레즈비언을 향한 과잉 성애화를 여실히 드러낸다.

Male gaze가 불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남성은 여성의 삶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아는 양, 자신의 판타지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같은 여성 감독의 작품에서 우리가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는지 생각해보면 이 이야기가 더욱 와닿을 것이다. 여성의 이야기를 쓰고, 그리고, 이끌어가는 주체가 여성이 되어야하는 이유가, 여성 감독자가 많아져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우리의 시선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볼 때 비로소 무릎을 탁! 칠 수 있다. 인생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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