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시장의 눈높이 앞에서, 나는 삶의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대기업 부장이던 김부장이 회사를 나옵니다.
오랜 경력과 직함을 내려놓고 재취업 시장에 섭니다.
그리고 제안받은 월급.
월 200만 원.
그 장면은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묵직했습니다.
서울에 집이 있고,
대기업에서 버텨온 시간들이 있고,
부장이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감당해 온 사람이
시장에서 다시 평가받는 순간.
그의 경력은 한 줄로 환산됩니다.
“월 200.”
드라마였지만, 낯설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이직도 했고, 직함도 바뀌었습니다.
연봉은 오르내렸고,
책임의 무게도 함께 달라졌습니다.
그러다 회사를 나왔습니다.
사업도 시도해보고,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보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고용 시장을 마주했을 때
느낀 감정은 비슷했습니다.
경력은 생각보다 빨리 할인됩니다.
시장에는 이미 더 젊고, 더 빠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직이 주던 타이틀은
조직 밖에서는 효력이 짧습니다.
그때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김부장의 200만 원은
극적인 설정이 아니라는 것을.
재취업 시장의 눈높이는 낮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삶의 기준을 바꿨습니다.
끝까지 눈높이를 붙잡고
과거의 연봉을 기준으로 다시 올라가려 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설계를 시작할 것인가.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수입은 이전보다 줄었습니다.
대신 시간이 남았습니다.
해가 남아 있을 때 퇴근합니다.
저녁에는 탁구장으로 향합니다.
라켓을 쥐고 공을 받는 순간,
몸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남는 시간에는
투자를 공부하고, 글을 쓰고,
앞으로 내 이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합니다.
예전에는 월급이 올라가야
내 삶이 올라간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합니다.
월급은 시장이 정합니다.
방향은 내가 정합니다.
김부장의 200이라는 숫자는
누군가에게는 모욕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좌절일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시장 가격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 삶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
돈은 줄었습니다.
그러나 소모도 줄었습니다.
속도는 느려졌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길어졌습니다.
드라마 속 김부장은
그 숫자 앞에서 흔들립니다.
저는 그 숫자 앞에서 멈춰 서서
묻기로 했습니다.
나는 더 벌고 싶은가.
아니면 더 오래 가고 싶은가.
지금의 저는
후자를 선택한 사람입니다.
눈높이는 낮아졌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시야는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바꾼 방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