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감 대신 지속을 선택했습니다.
Tesla Model Y 주니퍼를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차를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정확히는, 사기로 했던 마음을 취소했습니다.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300만 원 할인은 이유가 되었고,
모델 Y 주니퍼라는 이름은 명분이 되었습니다.
2026년형.
새로 바뀐 디자인.
조용한 전기차.
그래서 계약했습니다.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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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차는 두 대였습니다.
하나는 폭스바겐 SUV였고,
하나는 아반떼 CN7였습니다.
SUV는 시간이 많이 쌓였습니다.
이제는 부품을
하나둘 교체해야 할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SUV를 처분했고
차를 바꾸려 했습니다.
하지만 바꾸지 않아도
생활은 잘 굴러갔습니다.
아들은 집을 떠나
기숙사와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아내와 제 직장은 집과 가까웠습니다.
차가 필요하면
제가 태워주면 되었습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전거를 타도 충분했습니다.
아반떼는 정말로 좋은 차였습니다.
불편하다는 느낌을
한 번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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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차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차가 아니었습니다.
마음이었습니다.
50대에 아반떼.
주차하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는 그 순간.
그 짧은 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누가 볼까.
사실 아무도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본다고 느꼈습니다.
차는 저를 목적지에
데려다주었을 뿐인데,
저는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좋아 보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조금 더 시대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모델 Y 주니퍼였습니다.
조용했고,
빠르며,
미래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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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함께 따라왔습니다
좋다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편하다는 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긁힘 사고,
접촉 사고,
수리 지연 이야기도 함께 있었습니다.
괜히 마음이 쓰였습니다.
아내가 운전해야 합니다.
적응해야 합니다.
혹시 사고라도 나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블루핸즈에서 일하는 형에게
전화 한 통이면 됩니다.
정비는 알아서 이루어집니다.
차 때문에
신경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이미 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차감이라는 이름으로
그 평온을 바꾸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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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취소했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취소 버튼을 눌렀습니다.
모델 Y 주니퍼 계약 취소.
시원하지도 않았고,
아쉽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었습니다.
차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불안을 내려놓은 선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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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시선보다, 내 얼굴로 살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남의 시선보다
제 얼굴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제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차는 언젠가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더 좋아진 기술로,
더 안정된 조건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돈과 시간은
지금 지켜야 할 자산이었습니다.
차를 사려던 돈은
투자로 남겨두었습니다.
미래를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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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어도 됩니다
아들이 군대를 다녀오면
이 차를 물려줄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때
다시 차를 바꾸려 합니다.
조금 더 여유 있게,
조금 더 정확하게 고르겠습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아반떼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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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시동을 겁니다
오늘도 시동을 겁니다.
익숙한 소리,
익숙한 핸들입니다.
괜찮습니다.
아주 괜찮습니다.
저는
보여주기보다
지키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속도보다
지속을 택했습니다.
사지 않기로 한 이 선택이
어쩌면
지금의 저에게
가장 값비싼 결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값은
차에 붙어 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