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등의 철학, 존 로크 사상 요약 설명
여러분이 생각하는 정의란 무엇입니까? 정의는 지향할 만한 것인가요? 정의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인가요?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정의라는 게 있나요?
모두가 처한 상황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정의가 무엇인지 합의하는 것은 매우 논쟁적입니다. 허울 좋은 한 문장을 말하는 것은 쉽지만, 현실에서 옳고 그름, 혹은 더 좋은 선택이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건 무척 치열하고 복잡하곤 합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말하는 게 너무 어렵다면, 이렇게 질문해봅시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요즘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요?
20세기 중반의 미국은 인종 문제, 여성의 권리 운동, 사회주의와 자유주의 간의 충돌 등의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있었습니다. 이런 논쟁적 사회는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정의, 공정성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을 촉발했고, 그 중 영향력 있는 주장을 한 사람 중에 존 롤스가 있습니다.
롤스는 공평한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원칙의 공정성을 중요시했는데요. 사회 구성원 간의 관계와 자원 분배 방식에 적용되는 원칙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무지의 베일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데요. 사회 구성원이 자신이 어떤 위치나 역할에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사회적 구조와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그래야 현재의 자기 입장만을 대변하는 이기심에서 떨어져서 중립적으로 정당한 사회적 구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자신이 어떤 위치나 역할에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각자는 (알 수 없는 상황에서의)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경향을 가질 것이므로, 이를 통해 공정하고 중립적인 원칙을 도출할 수 있다고 롤스는 주장하죠.
롤스는 개인의 자유와 공정성을 최대한으로 증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취약한 이익자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롤스는 차별의 원칙을 주장하는데요,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취약한 이익자들의 가장 낮은 지위를 향상시키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홉스가 안전을, 로크가 자유를 말했다면 롤스는 공정함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이 세 가치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나요?
위에서 말한 “무지의 베일”을 한번 더 살펴보죠. 이 개념은 공정한 사회적 구조를 설계하기 위해 사용되는 개념인데요. 무지의 베일은 사회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자신의 개인적 이익과 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른 채로 상상하도록 하는 상상의 도구입니다. 천으로 둘러쌓여서, 개인이 자신이 어떤 사회적 지위에 있을지, 어떤 경제적 상황에 있을지 등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자신이 현재 속한 특정 집단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특정한 입장이나 이해를 취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흙수저, 무수저, 금수저 등 ‘갖고 태어난 계급의 불평등함’을 표현하는 말들이 있죠.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정의나 공평함의 의미가 달라지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제해보는 겁니다. 내가 이 한국 사회에서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데 어떤 집안에서 태어나는지는 미리 알 수 없고, 다시 수저 랜덤뽑기를 한다면? 그렇다면 어떤 사회에 태어나고 싶을까?
롤스는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사회적 구조와 제도를 설계할 때, 각각의 개인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성향을 고려할 수 없으며, 대신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정의로운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인생 랜덤뽑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개인은 자신의 이익과 관점이 어떠하든지 간에,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원칙을 찾게 됩니다.
이 가상의 개념은 각각의 구성원이 공평하게 대우받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이익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어떠세요. 한국에서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어떤 지역의, 어떤 성별의, 어떤 계층의, 어떤 배경의 사람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러분이 가장 우려되거나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사회 제도나 문제점은 무엇인가요? 혹은 이미 충분히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하시나요?
롤스는 공정한 사회적 구조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가지의 기본적인 원리를 제시합니다.
제1원칙 : 평등한 자유의 원칙 (The Principle of Equal Basic Liberties)
이 원칙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기본적인 자유권을 보장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인데요. 롤스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기본적인 자유권을 가지며, 이를 침해할 때에만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달리 말하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유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2원칙: 차등의 원칙 (The Difference Principle)
이 원칙은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취약한 이익자들의 가장 낮은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부의 재분배와 같은 조치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이 가장 취약한 이익자들에게 이익을 주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 원칙으로 롤스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리를 제시하는데요. 만약 이 원칙이 뻔하고 새롭지 않게 느껴진다면, 그건 우리가 이미 이 사상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여러분, 자유와 공정성 중 뭐가 더 중요한가요?
하나로 간단히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두 가지 모두 중요한 가치이고, 맥락에 따라 강조되거나 보완될 것이 달라질 수 있죠. 롤스는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는 건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심장이 없으면 폐가 뛸 수 없고, 폐가 없으면 심장이 지속할 수 없다! 롤스는 공정성과 자유가 상호보완적인 요소라고 보며, 어느 하나의 증가가 다른 하나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너무 많은 자유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며, 반대로 너무 많은 규제가 자유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롤스는 최대한의 자유와 공정한 사회 간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최대한의 자유가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최대한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자유는 공정한 사회적 구조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자유는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죠.
공정한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의 최소화를 통해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롤스는, 공정한 사회적 구조란 각 개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개인적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이를 통해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맹목적인 자유가 불평등함을 만든다면, 그것은 누군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건 자유의 가치를 지키지 못한 게 되는 거죠.
즉,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모든 개인의 자유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회여야 한다는 겁니다.
롤스 이전에도 부의 재분배에 대한 개념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롤스는 부의 재분배가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가장 취약한 이익자들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이전의 부의 재분배 이론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경제적 평등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입장들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강하게 비판받을 수 있죠. 하지만 롤스는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다른 재분배 이론들과 차이가 있습니다.
이전의 부의 재분배 이론들은 부의 재분배를 단순히 부의 재분배 자체를 중심으로 삼는 것에 반해, 롤스는 부의 재분배가 사회적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취약한 이익자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정과 자유 중, 롤스가 제1원칙으로 먼저 제시한 건 자유였으니까요. 그는 자유와 공정성의 조화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하였습니다.
그의 이론은 20세기 후반의 미국에서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고용, 교육, 건강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의 재분배와 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했습니다. 롤스의 이론은 이러한 움직임에 영감을 주고,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의 기반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며, 미국의 사회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논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회나 국가의 지향점에 대한 여러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중앙집권적인 사회 구조를 통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한다는 관점도 있고,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가 정의라는 관점도 있으며, 공정한 분배와 사회적 불평등의 최소화가 사회적 정의라는 관점도 있습니다. 이 중 하나가 정답이고 나머지는 틀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 또한 정답이 아니라 저의 상대적인 주관입니다만, 결국 정의에 대한 관점이나 주장은 그 시대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국가가 혼란스럽고 사람들이 죽어나갈 땐 국민의 안전을,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할 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불평등이 사회문제가 될 땐 공정함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엔 지금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읽어내고 발견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정의가 달라집니다. 깊이있고 종합적인 시선으로 사회의 맥락을 읽어내야 효과적인 정의나 지향점을 해결방안으로서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발견되는 문제가 다르기에, 모두의 정의가 다를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경제 저성장 국면에서의 평균 수명 연장과 낮아지는 출산율 상황에서 누군가는 노인이 수령 연금부족을 사회 문제로 말하고, 누군가는 청년의 세금 부담을 사회 문제로 말하지요.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겪을 사회 문제는 말해지기도 어렵겠네요. 롤스의 무지의 베일 개념을 가져와볼 수 있을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