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보통의 개발자

by 박래철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던 때 있었던 일이다. 모두가 자리를 비운 늦은 밤, 내가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의 버그 하나를 수정하려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제대로 동작할 수밖에 없는 코드인데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처음 버그에 대해 들었을 때는 분명 10분이면 해결할 것 같았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몰랐다. 반쯤 포기한 상태로 모니터를 멍하니 보다가 문득 "설마 이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겹겹이 쌓인 코드를 치워가며 그 의심의 코드 조각에 도착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찾아냈다. 정말 단 한 글자의 오타. 그 하나의 오타가 서비스에 찾을 수 없는 버그를 만들어 이렇게 하루를 날려버렸다.


버그를 수정한 후, 제대로 동작하기 시작하는 서비스를 보며 해냈다는 생각도 잠시 이걸 왜 이제야 찾아낸 거지 하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겨우 이런 거 하나 못 찾아서 하루를 날린다고?"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쁨보다 이런 간단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더 크게 들었다. 의자를 젖혀 천장을 봤다. 한숨을 쉬려 한 건 아니었는데 빈 사무실을 가득 채울 정도로 큰 한숨소리가 났다. 개운하면서도 꺼림칙한 지저분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 게 내가 아니라 세상을 바꾼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였다면 어땠을까? 존 카맥이었다면? 스티브 워즈니악이었다면? 내가 하루를 매달린 이 버그를 그들은 어느 정도 시간 안에 찾아냈을까? 10분? 1초? 아마 이런 한심한 버그는 만들지도 않았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그들과 같은 개발자가 될 수 없겠다는 절망감이 들었다. 나는 아마 평생을 프로그래밍에 바쳐도 그런 레벨의 개발자가 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나는 왜 프로그래밍을 계속해야 할까? 역시 돈인 걸까? 그냥 월급만 받으면서 퇴근 후의 삶을 바라보는, 그저 그런 개발자가 돼버리는 걸까?


그 사건 이후 어느덧 3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때의 나는 절망감에서 벗어날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나 자신이 그저 평범한 개발자임을 받아들이고 개발을 해나갔다. 단순한 버그를 만들고 수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지금의 내가 얻은 작은 위안은, 작은 일들을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뛰어난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걸 처음 깨달았을 때는 정말 놀랐다.


조금 더 읽기 좋은 코드를 쓰려는 노력, 테스트 코드를 작성하는 일, 기획자와 운영자를 배려하는 일, 그리고 시스템의 개선점을 찾으려는 노력과 같은 행동은 모두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그런 기본적인 일을 모두 해결해 내는 개발자가 정말 드물다. 비록 버그 없는 완벽한 코드를 짤 수 없을지언정 평범하게 업무를 해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다. 그러니 3년 전의 나와 세상의 모든 보통의 개발자들에게 "좌절하지 말고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해내며 성장해 나가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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