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의 수익모델이 생겨야 콘텐츠의 질적 성장이 가능하다
MCN 광고기획부문에서 3개월 째 인턴생활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토대로, MBC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1부에서는 'MBC Entertainment' 채널의 오리지널 디지털 콘텐츠 '헬보관:헬스보안관'에 대해, 2부에서는 채널의 수익화 문제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지난 1부에서는 MBC Entertainment 채널의 디지털 오리지널 콘텐츠 '헬보관: 헬스보안관'을 소개하며, 신선한 시도이긴 하지만 유튜브 콘텐츠 트렌드에 최적화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헬보관'의 모채널인 MBC Entertainment 채널의 문제를 분석해보고, 채널의 수익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1부에서 제가 '헬보관'에게 했던 쓴소리는 ‘헬보관’ 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촬영에 투입되는 카메라 대수나 편집 및 작가 인력, 더 나아가 전반적인 예산이 부족한데 더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반문할 수 있겠죠. 이는 결국 MBC Entertainment 채널의 운영 방식에서부터 빚어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바야흐로 유튜브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대입니다. 얼마전 대표적인 키즈 채널인 ‘보람튜브’가 연 90억원을 벌어들인다고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는데요. 여기서도 드러나듯이 잘 키운 유튜브 채널은 걸어다니는 작은 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죠. 그렇다면 유튜브로는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채널수익: 영상 시작 전, 중간, 후에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들어가는 광고에 대한 수익
2) 광고수익: 브랜디드 콘텐츠, PPL 등 영상에 직접적으로 포함되는 광고 수익
1)의 경우 채널의 인플루언스 크기 의해서 수익 규모가 정해지는 만큼 구독자 수와 평균시청지속시간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에 반해 2)는 콘텐츠가 얼마나 광고를 포함하기에 적합한지, 콘텐츠 자체의 화제성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겠죠.
그런데 MBC Entertainment 채널은 이 두가지를 모두 놓치고 있는 듯합니다. 1)과 2)에 비추어 각각 어떤 점을 간과하고 있는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채널 수익의 경우, MBC Entertainment가 600만 팔로워를 지닌 거대 채널임을 상기하며 이미 충분한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600만 채널 하나에서 수익을 얻는 것과, 600만/100만/50만 채널 3개에서 수익을 얻는 것 중 무엇이 더 이득인지는 자명합니다.
MBC Entertainment에는 ‘오분순삭’이라는 메가히트작이 있습니다. 채널에 대표 콘텐츠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러나 유튜브의 경우 한 채널에서 압도적인 콘텐츠가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피드에 영상을 추천해줍니다. 팔로우한 채널의 자주 보는 프로그램일수록 피드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죠. 그러나 피드에 올라오는 영상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고, 한 사람이 구독하는 채널의 개수는 다수이기 때문에 한 채널에서 노출되는 영상은 한두개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MBC Entertainmnet 채널 구독자들의 피드에는 높은 확률로 ‘오분순삭’이 추천될 것입니다. 문제는 ‘오분순삭’의 인플루언스가 너무 커서 채널의 다른 프로그램을 묻어버리는 ‘카니발라이제이션’이 발생한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헬보관’을 비롯해서 MBC Entertainment의 타 프로그램들은 퀄리티 대비 낮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오분순삭’을 독자 채널로 분리함으로써 해결해야 합니다. 구독 시스템의 특징 상 ‘구독 취소’를 누르는 심리적 역치가 높기 때문에 MBC Entertainment의 구독자 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오히려 ‘오분순삭’을 분리함으로써 다른 프로그램들이 반사효과를 누리는 것이 콘텐츠 활성화의 측면에서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MBC는 공영성을 가지지만 수익구조 상으로는 광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MBC Entertainment’ 채널에는 그 흔한 PPL 하나 들어가지 않고 있는데요. 광고 수입으로 들어온 돈이 다시 제작비로 투입되고,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의 핵심이라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최근 유튜브 비즈니스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MCN들은 어떻게 하면 채널 및 콘텐츠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단일 콘텐츠로 가장 큰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인데요. 하나의 콘텐츠를 전적으로 제품 또는 브랜드 광고로 만드는 것입니다. 유튜브 시청자들은 ‘재밌는 광고 콘텐츠’에 호의적이기 때문에 브랜디드 콘텐츠도 높은 시청지표를 기록하고는 하는데요. 이 때문에 큰 인플루언스를 가진 채널들의 브랜디드 콘텐츠 단가는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와썹맨’과 ‘워크맨’의 브랜디드 콘텐츠는 1회 촬영 당 수천만 원을 호가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형태는 오리지널 콘텐츠 ‘헬보관’이 장기적으로 추구해야되는 수익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외에도 광고구좌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오분순삭’같이 광고를 붙이기 어려워 보이는 콘텐츠에도, 적절한 PPL과 중간 광고, 브랜드 노출형 범퍼광고가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심지어 MBC는 지상파 채널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성 매체 광고와 디지털 광고를 패키지화해서 업셀하는 방법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MBC Entertainment의 600만 구독자를 눈독들이고 있는 광고주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요.
최근 들어 KBS, MBC 등 기성 방송사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사가 갖고 있는 내부 역량들을 확인한 후, 수익화할 수 있는 인벤토리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상품개발과 영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MBC의 경우, TV 채널과 OTT 서비스(푹)에서의 수익 증대가 어려운 만큼, 적극적으로 활로를 개척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유튜브는 그 활로의 첫 단계로 활용하기에 손쉽고 적합한 수단입니다. MBC는 거대 채널, 제작역량, 히트 콘텐츠를 모두 갖고 있죠. ‘아무리 그래도 내가 지상파 방송산데……’라는 자존심을 조금만 버리고, 미디어/콘텐츠 트렌드에 발맞추어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면 깜짝 캐시카우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MBC Entertainment 채널이 MBC의 위기를 타개할 첨병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