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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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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주 Aug 29. 2019

[같이펀딩], 같이 걸을 수 있을까?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공룡이 발을 들였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의 마음속 명예의 전당에 올린 MBC. MBC 예능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특징은 ‘공익’이다. 당장 생각나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눈을 떠요!], [단비], [박수홍의 러브하우스], [위대한 유산 74434] 등 다양하다. 예능이 가진 웃음의 힘으로 감동과 의미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프로그램들이다. 이러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MBC는 명실상부한 공익 버라이어티 맛집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MBC의 새로운 공익 버라이어티가 포문을 열었다. 김태호 PD의 예능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은 크라우드 펀딩 예능 [같이펀딩]이 그것이다. 스타가 소개하는 펀딩 제품과 그 사연을 조명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가치를 나누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같이 만들어 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심플한 문구는 [같이펀딩]을 나타내는 짧은 프로그램 소개일 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을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취지를 알리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의 ‘크라우드 펀딩’은 신생 사업을 시작하는 사업자들이나 예술가들에 있어 좋은 자금조달 방법이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아이디어를 알릴 수 있다는 면에서 투자를 받는 동시에 홍보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많은 이들이 도전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빠르게 과포화된 시장이기도 하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가 늘면서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했다. 의미 있는 사연을 가진 아이템부터 실용적인 제품까지. 주목받지 못하면 묻힌다. 좋은 취지의 펀딩이라 해도 소개글에 설명이 부족하거나, 다른 펀딩 상품에 쓸려가 버리면 목표 금액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도가 적은 상품의 투자를 받기 위해 찾은 펀딩 사이트에서도 인지도를 만들어야 하는 모순이 생긴 것이다.

  [같이펀딩]은 크라우드 펀딩의 스토리텔링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이다. 스타와 아이템을 패키징 해서 펀딩 상품의 사연을 설명한다. 예능 포맷과,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은 아이디어의 취지를 알리는 데에 더없이 효과적이다.

  일례로, 1화에 소개된 유준상의 태극기함 펀딩은 태극기의 의미와 현재 우리가 국경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다루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펀딩 사이트의 소개글로 닿기에는 한계가 있던 이들에게까지 TV는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다. 덕분에 펀딩 사이트의 태극기함 펀딩은 방송 이후 1차 펀딩이 바로 마감될 수 있었다. 방송이 가지는 힘 덕분이었다.


  [같이펀딩]이 함께하는 펀딩 플랫폼, [네이버 해피빈] 역시 의미를 더한다. 펀더에게 수수료 없이 100% 펀딩 금액을 전달하고, 기부자에게 해피빈 포인트 3000점을 지급하며 기부의 선순환을 만드는 해피빈은 펀딩을 통해 가치를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구매 금액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같이펀딩]의 취지에도 알맞은 플랫폼이다.


  MBC가 공익 버라이어티의 명가가 된 이유는 시청자를 행동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떠요!] 방영 이후, 장기 기증 신청자가 늘었고, [아빠, 어디가?]를 통해 육아하는 아빠가 늘어났다. 의미를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시청자를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공익을 실천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의미가 생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펀딩]은 MBC가 이어온 공익 버라이어티의 바통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은 프로그램이다. 펀딩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를 상기시키고,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구체적인 후원 방향을 제시한다. 예능에서 감명을 받은 시청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다. 이전에는 공익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알려주기 밖에 할 수 없던 TV의 한계는 크라우드 펀딩을 만나면서 깨졌다. [같이펀딩]은 공익으로 시청자를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이자 행동 제안으로 기능한다. 이전의 공익 버라이어티 포맷보다 더욱 직접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TV 프로그램이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다른 영세 사업자 펀더들의 아이디어가 가려질 여지가 있다. 이것은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인터넷 방송 생태계를 어지럽힌다는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터넷 방송 시간에 너무 많은 유저들이 몰려 기존 인터넷 방송에 시청자가 빠지거나, 서버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TV 방송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같이펀딩]이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미칠 영향도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같이펀딩]은 성공적으로 발을 뗐지만, 그것이 크라우드 펀딩 시장의 호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고르고 기획한 아이템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상이 과연 공정한 경쟁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과연 MBC가 추구하는 공익성이 단순히 시청자를 향한 것인지, 크라우드 펀딩을 알리고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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