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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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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파규동 Dec 03. 2019

어떻게 뉴스를 봐야 잘 봤다고 소문이 날까?

MBC가 뉴스로 젊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법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뉴스를 소비하시나요? 

 

저는 무료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를 구독해 이틀에 한 번 시사 이슈를 업데이트 하고, 틈틈이 포털사이트에서 ‘선호하는 언론사’로 설정해놓은 언론사들의 뉴스를 찾아 읽고는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학습 목적으로 종이신문을 읽거나 TV뉴스를 보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그걸 다 볼 시간도 없고, 내가 원하는 내용을 취사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불편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며 종이신문/ TV뉴스의 열독률이 급감하고, 포털과 SNS 또는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뉴스 콘텐츠의 형식도 변화하고 있는데요. 다루는 주제가 연성화되었을 뿐더러, 모바일로 보기 편하게 편집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레거시 미디어들의 경우 기존 매체의 뉴스를 스토리화, 기획기사화 하는 변화와 함께, 새로운 뉴스 소비 트렌드에 맞는 디지털 채널을 개설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별 뉴스이용률 추이_'제23회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12.


ㅣ MBC의 디지털 뉴스채널을 소개합니다: ‘엠빅뉴스’와 ‘14F’

 

 MBC 역시 디지털 플랫폼에 적합한 방식으로 뉴스를 유통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두 개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엠빅뉴스’는 페이스북 영상/카드뉴스로 시작해, 2017년 7월부터는 유튜브 채널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 중입니다. 뉴스보다 친절하고 강의보다 알기쉬운 ‘세상물정 가이드북’을 표방하는 엠빅뉴스는 시사와 사건/사고, 스포츠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주제를 유튜브에 적합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37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엠빅뉴스는 비약적인 질적 성장을 거듭했는데요. 과거 엠빅뉴스의 콘텐츠가 단순히 보도국의 뉴스 프로그램을 재편집한 것이라면, 현재는 주제 선정부터 멘트작성과 영상제작까지 자체적인 인력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오리지널 콘텐츠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각 분야의 명사를 인터뷰하는 ‘나때는 말이야’와 MLB의 이슈들을 야구 전문 전훈칠 기자가 설명해주는 ‘궁금해 MLB’를 론칭하고, MBC뉴스의 ‘로드맨’을 유튜브 콘텐츠화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엠빅뉴스'의 콘텐츠 '로드맨'(좌)과 '나때는 말이야'(우)

 MBC의 또다른 뉴스채널인 ‘14F’는 젊은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3분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그날의 주요 이슈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론칭 초반에는 4개의 이슈를 전달했으나, 현재는 연성뉴스와 경성뉴스를 각각 1개씩 선정해 각 이슈마다 1분 30초 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14F 채널 역시 ‘대숲 정신과’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젊은 층에게 다가가려 노력 중입니다.

 그러나 14F의 경우, 좋은 취지와는 달리 조회수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이슈를 설명해주는 14F의 메인 콘텐츠는 평균 조회수가 1~2만회 정도인데요. 채널 구독자수가 28만 명에 이르는 것을 생각해볼 때, 이런 수치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말하는 ‘잘 나가는’ 채널의 경우, 유튜브의 큐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콘텐츠가 전달되고, 구독자들이 동영상을 복수 시청하거나 퍼나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구독자수보다 조회수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1주일 '14F 일사에프' 채널의 메인 콘텐츠 조회수


ㅣ 엠빅뉴스와 14F만 보면 ‘뉴스 마스터’가 될 수 있나요?


 MBC와 SBS를 필두로 한 레거시 미디어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뉴스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두 방송사에서 론칭한 채널들은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며 유튜브 환경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는데요. 그렇지만 소프트한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이러한 채널들이 2030 세대의 뉴스 수요를 모두 해결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20대 청년으로서, 저는 사회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높은 수준에 올라있다고 자평합니다. 특히 비교의 범위를 동아시아의 4개국으로 좁혀보면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2016년도 우리나라를 뒤흔든 탄핵 이슈에서부터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스캔들까지, 청년층은 굵직한 정치/사회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습니까?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을 때, 젊은층이 ‘연성뉴스’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라 단정짓는 것은 언론이 스스로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젊은층은 단지 뉴스를 수용하는 방식과 채널이 과거와는 다른 뿐인데 말이지요. 그 결과 젊은층이 경성뉴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으로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가 대두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떠도는 정보들은 편향적일뿐더러 진위여부의 검증도 어렵기 때문에 왜곡된 가치관의 형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조회수와 같은 인플루언스의 측면에서는 연성뉴스를 이용한 콘텐츠들이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진지한 뉴스를 원하면 TV(또는 방송분이 클립으로 올라온 유튜브)를 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작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소비자의 협상력이 프로그램 사업자를 뛰어넘었습니다. ‘보여주는 것만 보는’ 시대가 아닌, ‘보고싶은 것을 골라보는’ 시대로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디지털 매체에 적합한 경성뉴스를 만드는 것에 의무감을 가져야 할 것 입니다.

 더불어 레거시 미디어가 만드는 디지털 경성뉴스는 유튜브 환경에서 유통되는 뉴스들 가운데, 퀄리티와 공익성 부문에서 시금석을 제시해줄 수도 있습니다.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하는 자정작용의 실마리가 되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대유튜브 시대’입니다. 매체 주도권이 급격하게 변해버린 현재, 레거시 미디어의 뉴스가 TV에서의 공허한 외침이 아닌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울림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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