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 고르듯이 쉽게 습관 형성하려면
"다리 좀 그만 떨어라! 복 다 나간다!"
어렸을 때 정말 많이 듣던 말이다. 지금이야 다리를 떨고 싶을 때만(?) 떨지만 예전에는 고치기 어려운 습관 중 하나였다. 다리 떠는 것 외에도 긴장할 때 입술을 깨문다던지, 침을 꼴깍 삼킨다던지, 눈을 깜빡인다던지 등 무수히 많은 습관이 있다.
그런데 습관에는 놀라운 공통점이 있다. 습관대로 몸이 움직일 때는 '오늘은 다리를 1,350번만 떨어야지.' '눈을 21번만 깜빡여야지.' 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어떤 생각을 어렵게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몸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그렇다면 유익한 습관, 사랑스러운 습관, 성공한 사람들이 가진 습관을 자동화시킬 수 있다면 누구나 쉽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나쁜 습관에 절여 있어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다리를 떨고 있으며, 읽지도 않을 책을 가방에 욱여넣고 있다.
좋은 습관을 만들고, 나쁜 습관을 없애는 게 왜 이렇게 힘들까? 어떻게 하면 습관을 유튜브 영상 고르듯이 쉽게 다룰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습관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습관은 알고리즘이다. 습관은 그저 알고리즘일 뿐이다.
알고리즘? 어...유튜브 알고리즘? 맞다. 그 유튜브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의 사전적 의미부터 알아 보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
"어떠한 행동을 학히 위해서 만들어진 명령어들의 유한 집합"
유튜브를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사용자가 선호하는 영상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알고리즘은 결이 비슷한 영상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이 과정이 무한 반복되다보면 사용자는 유튜브만 켜도 보고 싶은 영상이 줄을 서있다.
유튜브 영상을 10번 봤다고 가정해보자. 그 중 5번은 먹방을 검색했고, 3번은 독서 관련 영상을 검색했다. 남은 2번은 각각 주식과 부동산 영상을 검색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사용자에게 빈번하게 검색한 순서대로 영상을 제공할 것이다. 먹방 -> 독서 -> 주식, 부동산 순서가 될 것이다.
우리의 습관도 마찬가지다. 나는 5년 전까지 흡연자였다. 하루에 담배를 10번 피운다고 가정해보자. 그 중 3번은 음식을 먹은 후에 피우고, 3번은 화장실 갈 때, 2번은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날 때, 1번은 커피를 마실 때, 마지막 1번은 비가 올 때 피운다고 하자.
위의 상황에서 모두 강한 흡연욕을 느낀다. 식사 후에 담배를 피울 수 없을 때는 목 마를 때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없는 것처럼 힘들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화장실을 가거나, 기분이 안 좋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비가 오면 흡연욕이 솓구치고 내 몸은 자동적으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
빈도로 따져보자면 식사와 화장실, 기분에 따른 흡연욕은 매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커피는 마실 수도 있고 안 마실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다르다. 날씨 역시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흡연욕이 생긴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흡연 자체에 대한 욕구도 분명 있다.
다시 알고리즘으로 돌아와서, 유튜브를 볼 때 알고리즘은 내가 보고 싶어할 만한 영상을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마찬가지로 습관이라는 알고리즘도 나의 행동을 자동으로 유도한다.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은 먹방만 검색하던 이용자가 더 이상 먹방을 보지 않고 다이어트 영상만 검색하면 추천 영상을 바꿔준다. 그럼 우리의 습관 알고리즘도 나쁜 습관을 유도하는 상황이나 조건을 없애고 내가 원하는 습관을 유도하는 상황이나 조건을 새로 주입하면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나는 5년 전 금연에 성공했다. 그 전까지 10년 가까이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금연을 위한 시도를 한 두번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 시도 끝에 하루 아침에 담배를 단칼같이 끊을 수 있었다. 그 비결이 뭐였을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상황과 조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상황과 조건을 바꿔버렸다. 담배를 피우던 장소에 가지 않았고, 식사 후에는 바로 양치질을 했다. 또한 담배를 함께 피던 사람들과의 거리도 조금 두었고, 그렇게 일주일을 참았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럴 때 마다 내 의지를 갈아넣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만을 계속 바꿨다. 난 그렇게 금연에 성공했다.
반대로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한 방법은 유익한 행동을 순차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나는 9월 둘째주부터 약 2주 동안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30분 동안 모닝페이지를 적고 6시부터 1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출근할 때는 긍정확언을 했고 하루에 최소 4시간 이상 독서를 했다. 점심 시간에는 산책을 했고 그전보다 1.5시간이나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원하는 좋은 습관이었다.
그런데 추석 연휴를 보내며 리듬이 깨지고 말았다. 2주 만에 습관이 형성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니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벌써 두 가지 습관을 지키지 못한 나 스스로에 짜증이 나서 다이어리를 쓰지 않았다. 그러니 연쇄적으로 긍정확언도 할 수 없고, 독서와 산책도 포기하고 말았다.
추석 연휴가 지난지 약 일주일만인 오늘 다시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다녀왔다. 운동을 다녀오니 기분이 좋아 다이어를 적게 되고 긍정확언도 할 수 있었다. 연쇄적으로 다이어리에 맞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도 무리없이 할 수 있었다.
나쁜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으로 리셋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알고리즘을 바꿔라. 노출된 환경을 바꾸고 연속된 습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 자신을 탓하지 말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은가? 백날 알람을 맞추고 잠결에 알람을 꺼버리고 여지없이 늦잠을 자는 자신을 탓할 필요가 없다. 알고리즘을 활용해야 한다. 매일 아침 당신의 눈을 뜨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햇빛인가, 일정량의 수면 시간인가, 혹은 배고픔인가?
알람으로 일어날 수 없다면 당신만의 알고리즘을 적용해라. 아침에 햇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커튼을 열고 자자. 일찍 잠에 들자. 배가 고파서 깰 수 밖에 없게 저녁을 먹지 말자. 그러면 아침에 쉽게 눈을 뜰 수 있다.
나쁜 습관을 없애려면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반대로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난이도가 낮은 습관부터 순차적으로 시작해보자. 습관은 꼬리를 문다. 알고리즘도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