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키 Apr 15. 2023

회사에서 쓰는 실전 비폭력 대화

비폭력대화 연습모임 후기

연습 모임의 교재가 되었던 <비폭력 대화 워크북>
비폭력 대화
비폭력 대화는 일종의 대화 전략이다. 내가 화가 날 때 사용하면 좋다. 화가 치밀어올라서 ‘말도 안돼!’하는 마음이 들 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평소에 하던 표현을 관찰-느낌-욕구-부탁으로 분리해낸다. 
다른 사람이 화가 났을 때도 사용하면 좋다. 상대로부터 어떤 신호을 인지했고, 이름을 붙여주고, 해석하여 들려주는 방식으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빼낼 수 있다.

비폭력 대화 연습 모임을 시작하며

비폭력 대화는 고등학교 때 동아리 활동에서 처음 접했다. 대화법에 대한 유명한 책이라고 했고 제목이 특이해서 기억이 난다. 당시 토론에 관심이 많아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딱히 내가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서 읽지는 않았다.(제목 때문에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회사에 입사 후 추천 도서 목록에 비폭력 대화가 있어서 가볍게 읽어봤고 놀라운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책에 나온 예시가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내가 그 상황에서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자신이 생기지 않았다. 마침 회사에서 나를 포함해 폭력적인 대화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습하고자 하는 동료도 있었다. 연습 모임을 만들어서 각자의 일상의 언어를 비폭력으로 바꾸어보자는 마음으로 비폭력 대화 연습 모임을 시작했다. 비폭력 대화는 책과 워크북이 따로 있어서 모임 시작을 결심하기 좋았다. 참여자는 나, 동료 둘 총 셋이었다. 


역할극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다

책에 나온 여러 예시들을 그냥 적용하기는 힘들었다. 먼저는 책에 나온 문제에 대해 정답을 써보고 서로 맞춰봤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감이 생겼을 때 일상 속 사례를 가져와서 역할극을 하는게 큰 도움이 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명제들을 많이 풀어낼 수 있었다. 특히 나에게 가장 답답한 문제일수록, 또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모임 참여자들과 나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다른 참여자)는 어떨 때 어떤 느낌을 갖고 어떤 욕구가 있는가’ 에 대한 패턴이 생긴 셈이다. 이를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욕구가 만족 되었을때의 감정과 그렇지 않을 때의 감정 목록을 프린트해서 회사 책상에 붙여놓았다.


회사생활에서의 실전 비폭력 대화

내가 한 프로젝트 발표가 끝나고 공격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 듣는 내용이라 맥락을 알지 못하고, 또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참관자 역할이었다. 특정한 주제를 왜 테스트해보지 않았는지 물었고 지금 접근하는 방법론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이대로 가다간 프로젝트가 잘 되지 않을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처음에는 하나씩 대답했다. 대부분 이미 고려했으나 현재 상황에 맞게 선택한 것들이어서 그 맥락을 대답했다. 그러나 질문은 더 세세하게 이어졌고 발표 시간을 한두시간 넘겼다. 발전을 위한 논의보다 청문회처럼 진행된다고 느꼈다. 프로젝트의 발전을 위해 마음을 모아 협력하는 것이 내겐 중요했기 때문에 이 분의 질문은 마치 프로젝트를 방해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한된 시간을 초과하면서 오늘 할 일에 차질이 생긴다는 면에서도 초조했고, 현장에 프로젝트 구성원도 있었기 때문에 사기를 저하할까봐 우려스러웠다.


그 때 문득, 이 사람이 원하는게 뭘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질문에 대답하기보다 이 사람을 공감하고 나의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내용과 맥락, 판단의 근거를 많이 물어보시네요. 평소에 많이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많은 내용을 답하다보니 조금 지치네요.’
‘OO님에게는 이런 정보를 꼭 프로젝트 구성원이 아니더라도 개방되어 나누는 게 중요하신 것 같아요.’

몇 차례 공감하면서 이 분은 프로젝트를 돕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물어보았다고 고백하고, 그 날의 발표는 끝이 났다.


타인을 위한 비폭력대화

책의 후반부에 비폭력 대화를 사용해 타인을 돕는 중재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몇 년 전 갈등 중재가 되지 않아 관계가 깨지는 일이 있었다. 중재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갈등을 빚는 사람들의 욕구를 읽어주기보단 본인의 가치 판단으로 한 쪽 편을 들거나 힘으로 누르곤 했다. 그렇게 또다른 싸움꾼이 되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있는 곳에서 새로운 갈등이 생기면, 지난 번과 같은 일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사람에게도 비폭력 대화를 연습해볼 것을 권한다.


정말 중요한 건 결국 마음

실생활에서 연습하고 때때로 사용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법과 규칙을 지킬 때보다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서로가 원하는 것을 함께 이루고 싶다는 마음, 잘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때 효과가 컸다. 사람들의 욕구를 읽어주는 연습을 하며 모두가 각자 자신을 지키고, 더 잘 살아보기 위해 행동한다는 전제가 생겼다. 비록 비폭력대화를 할 때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나를 더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단 하나의 능력을 가진다면, 학습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