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관람기 제6편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ragony/558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파리 여행 나흘차. 총 여정 9일 차.
아침 첫 일정으로 파리 대표 관광지 루브르 박물관 관람하는 이야기.
당일 아침 11시 27분부터의 기록.
동물도 사람도 사이좋게 머리가 없네요. 누가 떼어감? 머리 어디감?
근데 이렇게 부분이 좀 없는 조각은 은연 중 신비함을 상상하며 감상하게 만드는 감성이 있어요. 고대 유물 티도 많이 나고요.
루브르 피라미드는 하나가 아니었답니다. 작은 피라미드도 3개가 더 있고, 이미 소개드렸지만 카루젤 입구 쪽에는 역(Reverse) 피라미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엄청난 크기의 그리스 크라테르.
크라테르는 포도주와 물을 섞는 단지를 말하는데요, 대체 얼마나 포도주를 많이 마셨으면 저 정도 사이즈의 크라테르가 필요했을까요. 포도주가 많이 있었다는 말은, 일 안 하고 먹고 마시고 노는 시간도 많았을 거란 소린데 완전 부럽...

상단을 보시면 얼굴이 여러 개 조각되어 있음을 보실 수 있습니다. 누구 얼굴인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아래는 보르게세 검투사(Borghese Gladiator)란 조각상입니다.
매우 역동적인 자세로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기원전 100여 년 경 고대 그리스 도시 에페소(Ephesus)에서 대리석으로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검투사(Gladiator)란 제목이 붙긴 했지만, 유흥을 위한 검투사가 아닌 전장에서 기마병과 싸우는 전사를 표현했을 것 같다고 위키백과에선 해설하고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Borghese_Gladiator
자꾸 보이는 유리 피라미드, 무척 이질적이지만 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단 말이죠.
작가 안토니오 카노바가 1793년 대리석에 조각한 '큐피드의 키스로 환생한 프시케'라는 작품입니다. 어째 매끈하게 상태가 좋더라니 이만하면 신상이죠. 그런데... 큐피드 왼손의 위치가...매너손 흠흠...
이게 한 덩어리 조각이라니 믿어지시나요? 그러니까, 이거 조각하기 전엔 저 매끈한 피부의 두 사람이 하나의 커다란 돌덩어리 안의 한덩어리였다고요? 두 사람 각각 조각하고 받침대 따로 조각하고 본드로 붙였을까 의심도 해 보지만 그런 스킬이라면 루브르에 고귀하게 전시될 리 없겠죠.
https://en.wikipedia.org/wiki/Psyche_Revived_by_Cupid%27s_Kiss
드농관 0층 전시실에서 꼭 봐야 할 시그니처, '죽어가는 노예' 석상입니다.
뭐 하나 못하는 게 없었던 만능작가 미켈란젤로가 1516년에 완성한 대리석 조각품입니다.
죽어가는 모습이라기엔 체격도 몸매도 근육질에 매끈하니 좋고 죽음이 연상되기보단 관능적인걸요... 몸매만 봐선 제가 더 빨리 죽어가는 것 같은데...
https://en.wikipedia.org/wiki/Dying_Slave
보수하지 않은 채 서 있는 낡은 아치문이 오래된 조각상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술작품은 이런 공간감에서 전시되어야 더더욱 돋보이고 어울리는 것 같아요.
지하 공간으로 이동해 봅니다.
중간에 예쁘디예쁜 중정이 보이는데, 여긴 개방하는 공간은 아닌가 봐요.
아래는, 라임우드에 조각된 Saint Roch 흉상일 수도(?) 있다는 안내판이 있네요.
작품이 유명한진 잘 모르겠고, 반토막난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있는 제 표정과 꽤나 닮은 것 같아서 연민이 들어 찍어왔어요...

Saint Roch (?), about 1635-1640
Polychrome wood (lime-wood)
This bust, a fragment of a full-length statue, may represent Saint Roch, the patron of pilgrims.
His pilgrim's cloak with a large collar is one of his attributes. Two holes on the top of the head probably once held in place an element made separately, likely a hat. The unusual treatment of the eyes, the wide open mouth and the curled hair are typical of the art of Michael Zürn.
생 로크(?), 약 1635-1640년
다색목재(라임우드)
이 흉상은 전신상의 일부로, 순례자의 수호성인인 성 로크를 표현한 것일 수 있습니다. 큰 칼라가 달린 순례자의 망토는 그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머리 꼭대기에 있는 두 개의 구멍은 아마도 모자일 가능성이 있는 별도로 만든 요소를 고정했을 것입니다. 눈의 특이한 처리, 넓게 벌린 입, 컬링된 머리카락은 Michael Zürn의 예술에서 전형적인 것입니다.
https://collections.louvre.fr/en/ark:/53355/cl010094359
성 베드로(Saint Pierre) 목상이네요.
찰흙으로 만들라고 해도 흉내도 못 낼 것 같은데, 목재로 조각한 섬세한 인물상입니다.
https://collections.louvre.fr/ark:/53355/cl010094297
곡선이 예쁜 계단실을 따라 지하층 내려갑니다.
다들 여기까지 오기엔 지치는지 지하층엔 사람들이 거의 없었어요. 모나리자 방에만 빠글빠글하고.
지하층의 시그니처 1번은 성녀 막달라 마리아 조각입니다.
Saint Mary Magdalene, about 1515-1520
From the church of Saint Mary Magdalene in the Dominican convent of Augsburg(?), rebuilt from 1513 to 1515. Wood(lime-wood), original polychrome, base added and front part of feet re-carved in the 19th century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약 1515-1520년
아우크스부르크 도미니코 수도원의 성 마리아 막달레나 교회에서(?) 1513년에서 1515년 사이에 재건됨. 나무(라임나무), 원래의 다색, 19세기에 바닥이 추가되었고 발 앞부분이 다시 조각됨
https://en.wikipedia.org/wiki/Saint_Mary_Magdalene_(Erhart)
유명작은 확실히 근처에만 가도 특별한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게 시그니처인 줄 모르고 가도 딱 이것만 보일 정도로요.
색상을 입히긴 했지만, 저게 나무조각이라니 눈으로 보고도 믿기가 힘들군요.
새 깃털을 이렇게 돌판에 부조로 조각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매끈매끈 도자기 부조 역시 매우 특별합니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까.
이슬람 전시실입니다.
전시물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커어~다~아~란 양탄자 말고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없었어요.
고대 그리스관에서 만난 '사모스의 헤라(Héra de Samos)'라는 거대 석상입니다.
사모스는 그리스의 한 섬 이름이레요. 발견된 지역을 말합니다.
기원전 560~570년 경 만들어진 거래요. 어떻게 제작 연도를 이렇게나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지도 신기합니다. 떨어져 나간 머리와 팔이 좀 측은하게 보이기도 하면서도, 원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을 하게 만드는군요.
대충대충, 하지만 시그니처는 거의 다 찾고 온 드농관 관람 끝.
다시 대형 피라미드 아래 위치한 나폴레옹 홀로 나갑니다.
여길 경유해서 리슐리외 관에 가 보려구요.
※ 다음 이야기 : 루브르 박물관 관람기 제7편, 리슐리외 관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