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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시에르주리에 얽힌 콩쥐 이야기

프랑스 식 이름 : 마리 앙투아네트

(이전 이야기)


https://brunch.co.kr/@ragony/568


(여행기 쓰다 지쳐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




콩시에르주리에는 콩쥐가 살았었어요.

콩시에르주리가 처음부터 콩쥐네 집은 아니었어요.

콩쥐는 원래 오스트리아 공주로 태어났어요.

어린 시절 엄마 아빠 사랑 아래 오스트리아 쇤브룬 궁전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자랐어요.


564j.JPG 콩쥐네 어린 시절. 오스트리아 쇤브룬 궁전.


그러던 어느날이었어요.


오스트리아는 오랜 숙적이던 프랑스와 이제 고만 좀 싸우고 싶었어요.

마침 프랑스 왕세자 루이 16세가 결혼정보회사 등록을 했대요.

콩쥐 부모님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콩쥐 사진을 포토샵으로 잘 포장해서 결정사에 보내고 여차저차 결정사가 판매하는 비싼 매칭옵션을 사서 두 사람이 매치되게 했었대요.

그리고 여차저차 두 사람이 잘 매칭이 되었대요.


1vsd.JPG 특정회사 홍보는 아님.... ㅡㅡ... 예시임. 예시.


콩쥐도 만족해했습니다.

어차피 조건만남 조건결혼이라면 돈이 최고인데, 이 남자 알고 보니 돈은 기본에 권력까지 갖고 있었어요. 사랑해서 한 결혼은 아니지만 조건결혼 최고봉 왕가의 아들이라니!

지금은 왕세자빈 신분이지만 콩쥐는 곧 왕비가 될 꿈에 부풀었지요.

명품도 많고 미슐랭 3스타 식당도 많은 프랑스 생활이 기대가 되었어요.

콩쥐는 부푼 기대감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멋지고 화려한 베르사유 궁전에 신혼집을 차렸어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루이 15세가 사망하는 바람에 급하게 왕비까지 되어버렸어요.

콩쥐는 행복했답니다.


뭐, 그때까진 말이죠.


그러던 어느날.

프랑스 토박이였던 팥쥐는 오스트리아 외국인 콩쥐가 결정사 통해 남자 잘 만나 갑자기 왕비가 되는 걸 보고 배가 아팠어요. 세금은 프랑스 국민들이 내는데, 사치는 저 오스트리아 외국인 여자가 다 하고 있단 말이죠. 팥쥐는 어떻게 하면 콩쥐를 골려줄까 궁리하다가 콩쥐의 명성을 이용해서 큰 사기를 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팥쥐는 중앙정부에서 한 자리 차지하길 기웃대던 로앙 추기경에게 접근해서 콩쥐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사고파 하는데 왕실 예산으로 바로 사면 국정감사에 걸려서 뽀록이 나니까 추기경이 사비로 대신 사다 가져다주면 비공개 왕실 업무추진비할부로 갚아주고, 그 대가로 한 자리 챙겨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요. 로앙 추기경이 반신반의하며 믿지 못하자 팥쥐콩쥐의 필체를 흉내내서 위조한 서신을 건네고, 콩쥐 비슷하게 생긴 매춘부를 구해다가 어두운 밤에 몰래 만나게 하는 등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필적하는 공작을 해서 결국 로앙 추기경을 완전히 구워삶았어요.


4tge6.JPG 그러니까.. 이게 문제의 그 다이아 목걸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복원된 모조품.


꼬드김에 넘어간 로앙 추기경이 보석상에 가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고, 그걸 당대 유행하던 Dior 파우치 쇼핑백에 넣어서 왕실에 찾아갔지만, 콩쥐는 못 만나고 팥쥐를 만나 목걸이가 든 쇼핑백만 전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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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손에 쥐게 된 팥쥐는 그걸 남편 시켜 분해해서 영국 런던 뒷골목에서 장물로 팔아버리고 거액을 챙겨 돈 팡팡 써 대며 방탕하게 살았습니다.


문제는 좀 있다 터져요. 사비를 주고 사오랬는데 로앙 추기경은 보석상에 "너 나 못 믿냐? 나 추기경 추기경. 응? 왕비 콩쥐가 대금은 다음에 할부로 줄거다." 말하고 반쯤 겁박해서 외상으로 목걸이를 가져왔거든요. 열받은 보석상은 내 돈 내놔라 왕비 콩쥐한테 따지러 갔죠.


자초지종을 들은 콩쥐는 얼척이 없었어요.


"아니, 이 잡것들이 내 이름을 팔아다 뭐 하는 짓들이여? 조사해서 싹 잡아들여!"


그래서 로앙 추기경이며 팥쥐며 관련자들이 싹 다 잡혀 들어갔는데, 로앙 추기경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추기경이라서 공수처에서 기소를 할 수 있니 없니 다투다가 구속영장 유효기간이 날짜 아닌 시간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갖다대서 몸통은 무죄로 싹싹 빠져나가고 잔챙이들만 잡아들이다 흐지부지 되어버렸어요.


일각에선 왕비에게 목걸이를 바치려던 그 시도만으로 뇌물죄가 아니냐 영란법...아니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이냐 아니냐로 국민권익위원회 회부가 되었음에도 '왕이 아닌 왕비에게는 제제할 규정이 없다'는 국민법감정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또 빠져나갔어요. 하, 진짜, 추기경이면 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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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법원도 추기경 보호에 한통속이다 보니 이번엔 불똥이 콩쥐에게 튀어버렸어요.



아니, 콩쥐가 진짜 시킨 거 아냐? 미국이 도청했는데 실제 콩쥐가 추기경한테 시킨 녹취가 있대. 콩쥐의 서한이 대필이 아니라 친필이래. 쑥덕쑥덕. 쑥덕쑥덕.



보수언론으로 유명한 부르봉일보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콩쥐가 진짜 목걸이 사 오라고 시켰다) Vs (콩쥐는 죄가 없고 피해자다) 생각하는 비율이 95:05가 나와버릴 정도로 대중은 콩쥐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프랑스 국민들은 처음부터 콩쥐가 싫었어요. 오스트리아는 오래도록 프랑스 적국이었거든요. 한국으로 치자면, 세자빈 책정을 하는데 갑자기 한국어도 할 줄 모르는 일본 여자가 안방을 차지하더니, 몇 년 뒤 자기가 왕비니까 머리를 조아리래요.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진 거죠.


여기에 여타 다른 사건들이 더 기름을 부어 결국 프랑스 대혁명이 터지고 콩쥐는 혁명군의 손에 잡히게 돼요. 그리고 콩쥐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베르사유 궁전 대신 파리에서 살던 집이 있었는데, 그 집 이름이 바로 콩시에르주리입니다. 콩쥐의 주리를 틀던 집..이라는 발음이 프랑스식으로 발음되면 대충 저렇다고 해요.






결혼정보회사, 공수처 등 약간의 가상 양념만 빼고, 콩쥐=마리 앙투아네트, 팥쥐=잔 드 발루아 라 모트 여백작이라고 이름만 바꾸면 실화이며 역사의 기록입니다.


https://namu.wiki/w/%EB%8B%A4%EC%9D%B4%EC%95%84%EB%AA%AC%EB%93%9C%20%EB%AA%A9%EA%B1%B8%EC%9D%B4%20%EC%82%AC%EA%B8%B0%20%EC%82%AC%EA%B1%B4


콩시에르주리 가기 전 배경 이야기를 조금 알고 들어가면 더 좋을 것 같아 마리 앙투아네트 잠시 언급하려고 했는데 너무 과했네요. ㅡ,.ㅡ;


Meister_der_Erzherzoginnen-Porträt_-_Erzherzogin_Maria_Antonia.jpg


암튼 콩시에르주리 이름이 ''시에르주리인건 다 그런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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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이야기 : 이번엔 옆길로 안 새고 진짜 콩시에르주리 관람기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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