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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례자 현황 Nov 07. 2021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25. 스페인 하숙과 누드계곡썰

스페인 하숙은 낭만적인 마을이었다. 그런데 그 옆에 누드 계곡이 있었다니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3일 차,  폰페라다 -> 빌라프랑카 (스페인 하숙 마을) 25km

폰페라다 ~ 빌라프랑카  25km
Ponferrada ~ Villafranca Del Bierzo  25km 
사실 자전거로 순례하는 이들이 편해보이지만, 어쩌면 순례길에선 도보보다 더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요한 순례자의 시작길
 
알베르게에 무리를 지은 학생 그룹이 있다? 피해라...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물통은 필수, 갓길을 걸을 때는 특히 사방을 더욱 조심해야한다.

 거참... 폰페라다. 순례길의 후반부에 접어들다 보니 비전트립 등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오후의 자유시간에 얼마나 자유롭든 상관없지만 취침시간 이후에까지 자기들끼리 떠들고 장난치고 계속해서 밖에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많은 순례자들을 화나게 했다. 열 시 열한 시 까지는 다들 참는 분위기였으나 11시가 넘어서 까지 이어지는 분위기에 몇몇 순례자들은 조금씩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알베르게 스태프를 찾아가 항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담당 교사에게까지 연계되어 해결되긴 했으나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오늘 밤 많은 순례자들은 잠을 푹 자지 못했을 것이다. 

   

 황당하지. 학교에서 소풍처럼 이렇게 떠나오는 자체도 신기한데 이렇게 떠나와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모습도 놀라웠다. 아니 선생님들... 여기가 롯데월드나 에버랜드처럼 놀러 오는 곳이 아니잖아요.. 

 


대체로 평평한 길이 주를 이루다 빌라프랑카에 다다를 때 언덕길이 살그머니 등장한다. 언덕이 저 멀리까지 보이는 모습을 보고 잠시 쉬어가기로 하고 발견한 바에서 잠시 쉬어간다. 언제나 바에 멈추면 신발끈을 풀고 발의 열기를 식혀줘야 한다. 이번  걸음에 처음으로 느낀바인데, "발에 열이 찬다"라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신기한 느낌이 든다. 열이 차오르면서 폭신폭신한 스펀지 위에 서있는 듯한 기분도 들고 독감에 걸렸을 때 머리에서 열나듯 발이 뜨거워지고 있음은, 지금 온도가 올라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아마 별로 좋은 증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혹시 모를 병에 대비해 발에 열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면 꼭 쉬어주시길!!

여러분 댕댕이 보고가세요! 곰 같은 댕댕이에요 !!




스페인 하숙의 마을, 빌라 프랑카

 어쩌면 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목적지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순례길을 접한 4월, 길을 떠나온 6월. 그리고 어제 7월. 어느덧 시간은 이렇게 흘러왔다. "스페인 하숙"을 통해 봐 왔던 순례자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 길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함께 누리고 있다. 신기하지?

 폰페라다에서 출발한 오늘 걸음은 오후 12:30 즈음 빌라프랑카에 도착했다. 마을에 도착했을 때, 광장에 왔는데 사람 하나 없이 썰렁.... 하필 오늘은 일요일! 스페인은 어딜 가도 일요일은 참 조용한가 보다. 썰렁~하다. 우선 알베르게에 자리를 잡고 하는데 창 밖으로 어디선가 쿰쿰! 하는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나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소리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이게 웬일, 계곡이라고 해야 할까, 하천이라고 해야 할까. 흐르는 좁은 강이 하나 나오고 그곳에 무대가 설치되어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것은....!!

스페인 하숙의 마을 빌라프랑카. 그 중 LEO 알베르게는 동화 속 모습같다.

누드 계곡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사진은 확대하여 최대한 검열했다. 사진엔 누드는 없다!


 어마어마하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이곳에서 약 1/3의 사람들은 나체였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체로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하의만 입고 있는 분들도 많았다. 맙소사 캐나다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니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곳이었지? 수영하는 이들뿐 아니라 뮤직 스테이지 앞에서도 홀랑 벗고 즐기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모두에게 문화 충격이었지. 차마 사진을 담기도 조심스러웠기에 현장에 빠져 흥에 빠져 즐겨보고자 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동양인은 우리 그룹뿐이었다. 차마 벗을 용기는 나지 않아 수영복으로 개울가에서 몸을 담그고 동동~ 즐겼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어 늘 수영을 배워야지! 하는데 항상 실패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진즉에 배우지 않았던 과거가 너무 아쉬웠다. 진즉에 수영을 좀 배워올걸! 항상 수영을 시도해도 무서워서 금방 포기하게 되었다. 

 진즉에 수영을 좀 배울걸... 스페인 순례길에 걷다 보면 몸을 담그고 수영할 기회가 이렇게 많았는데 매번 나는 얕은 곳에서 만 몸을 담그고 즐기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 아쉬웠다. 다만 그렇게 몸을 담그고 주변에 사람들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지. 특히나 이런 누드 계곡에선 더 충격적이었지... 이 유럽 사람들 이렇게 멋있게 살고 있구나? 외설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즐기는 이들이 정말 행복해 보였다. 전혀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처럼 보인다. 아후 멋지라


 결국 나는 벗을 수 없었다. 부끄러워... 어마어마한 저 유럽 사람들에 비해선 자신감이 죽었다.

풀 죽었어...



 내 발목 어떡해?

전날 철의 십자가를 지나 폰페라다로 향하는 급경사와 자갈길은 역시나 위험했었는데 지난 충격들이 발목에 누적되었다. 강가에도 담그고 가능하면 하루 휴식을 취하려고 노력했다. 스페인 하숙의 마을인 점도 있지만 이 마을에서 멈춰야 부담스럽지 않은 정도로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오후가 넘어가자 발목이 살짝 붓기 시작했다. 분명 무리한 건 어제였는데 왜 오늘 이렇게 반응이 오는 걸까? 인체의 신비다 정말... 

 막상 처음 이렇게 작은 부상을 입어보니 당장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일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순례자들에게 예상치 못하게 일정을 잠시 정지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별 계획 없이 걷고 있어 다행이지만 체력과 에너지는 넘치지만 발목 하나가 말을 듣지 않는다면 이 또한 상당히 난처해진다. 마음과 상반신은 계속 걷고 스틱질을 하고 싶은데, 하반신은 말을 듣지 않을 테니 말이다. 우선 오늘 가능한 적게 걷고, 계곡에 몸을 담그고 쉬어주려고 하니 지켜봐야겠다. 


 다시 한번 느끼는 바는 거친 자갈길과 급격한 경사로를 걸을 때는 많이 느려지더라도 꼭 천천히 걸어야 한다. 순간순간 꺾일뻔한 상황에서 힘을 주고 다행히 발목 꺾이지 않고 잘 걸어왔음에도 무리가 상당히 온 것이 느껴지는 걸 보니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오후에 차승원 유혜진 배정남 선배님들이 모여 햄버거를 먹었던 광장의 바에 왔다. 그들이 앉았던 자리가 어디더라... 하니 따단, 광장이라고 해도 크기가 워낙 작아 금방 발견할 수 있다. 불과 몇 달 전 여러 한국 사람들이 이곳에서 촬영도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었다니. 만약 이때 이 길에 있었다면 얼마나 더 재밌는 일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ㅋㅋㅋ


내일 혹시나 걷기 힘들면 어쩌나.. 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지만 오늘 푹 쉬고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날 여자 친구와 영상 통화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2년이 지났음에도 사진과 그날의 일기들을 보면 그날그날의 상세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오늘 브런치에 기록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바라보니 다시 옛 생각이 나 덕분에 행복한 밤을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감사하고 행복한 추억의 기록이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3

⭐️⭐️⭐️⭐️ 처음으로 발목을 삐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미리 공부해가자! 쉬운 부상에 대한 준비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속도

이젠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남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걷는 기분은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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