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례자 현황 Oct 23. 2021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24. 첫 일출과 급똥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22일 차,  폰세바돈  ~ 폰페라다 27km



폰세바돈 -> 폰페라다 27km
Foncebadon -> Ponferrada 27km 

처음으로 해뜨기 전에 나왔습니다.

Its been a while!  정말 놀랍기 그지없는 날이다. 내가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하는 날이라니. 전날 폰세바돈에서 먹은 아주 맛있는 피자 덕분인지 어렵지만 아침에 일어날 수 있었다. 내가 일찍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철의 십자가를 향하는 날이다! 특히 이 길을 가는 언덕은 해 뜨는 모습을 보기 좋다는 알베르게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에 혹했다. 생각해보니 일출을 보며 걸은 적이 얼마나 있던가? 야간 행군하며 뜨는 걸 본 적은 있어도 해뜨기 전에 순례길을 시작해 타오르는 태양을 본 적은 없었다. 나는 아침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라


  폰세바돈 에서 철의 십자가 까지는 약 30분이면 도착한다. 해가 뜨기 전의 아침이라 생각보다 잘 보이진 않는다. 다만 걷다 보면 저 멀리서부터 한국 교회 탑처럼 우뚝 솟은 곳에 십자가가 걸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의잉?"

하는 마음이 든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본다. 

정말 까미노 순례길 옆에 돌무덤처럼 덮인 얕은 언덕 위에 기다란 나무 기둥 그리고 그 위에 십자가 하나가 걸려있다. 그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머니에서 작은 돌멩이 하나를 꺼내거나 누군가의 사진을 붙여놓는다. 기도 혹은 묵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일까? 


철의 십자가  La Cruz de Hierro 


 이전에는 산을 넘어가며 안전을 기원하는 곳이었다. 현재는 순례자들에게 있어 순례길을 걸으며 들고 있던 생각과 짐, 그러한 무언가를 묻어두거나 자신의 삶을 위해 기도하는 장소로 의미가 있다. 또한 프랑스길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어 일출과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모두가 다양한 '무언가'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 내려놓은 '무언가'는 다들 다르겠지? 


누군가에겐 지난날에 대한 미련을

누군가에겐 어디선가 받아왔던 상처들

누군가에겐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는 마음


아주 다양한 '무언가'가 이곳에 묻혀있다. 이곳에 내려놓은 이 돌무덤과 철의 십자가는 순례자들을 대신하여 그 마음을 간직하고 대신 아파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라도 순례자들이 이 길에서 위안을 얻길 바랄 것이다. 


사실... 나는 가져온 상념이란 것이 특별히 없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단순히 쉬고 싶었고 머릿속과 마음을 빈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무엇을 버려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십자가 앞에 서서 눈을 감고 단순하고 솔직하게 기도했다. 내 안에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들로 가득 차 마음이 지치고 너무 무겁습니다. 이 길을 마치며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바랍니다. 무언지 알 수 없는 이것을 이곳에 내려두고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정말 솔직한 마음 그대로였다. 단순히 쉬고 싶다고만 생각을 했었지, 무엇이 내 마음속에서 납덩이처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인지에 대해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당장 현실에 속한 나의 모습이 무거웠을 뿐이다. 어쩌면 세상 속에 가지고 있었던 나의 수많은 욕심들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순례길 첫 일출!!!
세상을 밝히는 일출! 일출이 형님 오신다~

 22일의 걸음을 지속하며 드디어 떠오르는 태양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도 조금 어이없게. 철의 십자가를 지나 약 30분 정도 걷다 보니 다양한 국기를 걸어놓은 팻말을 보며 잠시 사진을 찍다 동행 한 명에게 급똥의 신호가 왔다고 풀숲으로 들어갔다. 순례자에겐 흔한 일이지 ㅋ.ㅋ 순례길 첫 태양을 이렇게 만났다.


 겸사겸사 잠시 걸음을 멈추고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하고 옆에 공터로 올라왔다. 그러니 이 또한 인연일까, 앞이 뻥 뚫려있는 풍경을 앞에 두고 주황빛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얼떨결에 한 친구는 급똥을 배출하며 일출을 맞이했고 그곳의 한 무리는 주황빛으로 타오르듯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멋진 풍경은 정말 "와...."라는 말뿐이 할 수 없게 했고, 멋진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며 모두들 몸을 후끈하게 흔들었다. 


 여러분들이 보았던 최고의 순례길 일출은 어디였나요?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동안 봐온 해돋이 중 이곳이 가장 일품이었다. 비록 누군가 근처에서 급똥을 처리하고 있던 중이었지만 빼꼼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그 모든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인생 최고의 해돋이는 철의 십자가 직후 바로 이곳이었다. 




조심!!! 또 조심!!! 잘못하단 여기서 순례길 중단한다. 


 철의 십자가를 지나면서부터는 급격한 경사길 + 자갈길이 나온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나온 걸음이라 길이 더 미끄러웠다. 어쩌면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더 위험할 수 있겠다. 순례자 동지들이 폰세바돈을 지나 걷는 중이라면 해당 구간에선 특히 더 주의하길 바랍니다. 꼬불꼬불하고 또 급경사들에 죄다 자갈길로 가득 차있는 이곳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실제로 길을 걷는 중에도 나 역시 수 없이 발목이 꺾일 뻔한 위험에 처한 적 있었고, 많은 순례자들이 중간중간 걸음을 멈추고 쉬다 가길 반복했다. 그러니 다들 꼭 조심조심 ~! 

하.... 자갈....

그리고 오늘 폰세바돈 -> 폰페라다 가는 길에는 마을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 이 말은 즉슨, 바가 자주 나오지 않으니 걷는 중 바를 만날 때 틈틈이 식사를 하거나 식수 보충을 하고 오길 바랍니다. 혹은 미리 사전 조사하고 오는 분들이라면 이 부분은 큰 문제없을 듯 :-)



 낭만적인 마을과 풍경 그리고 갑작스러운 부촌의 등장

 오늘 걷는 길에도 여전히 엔틱 한 마을이 많이 나온다. 정말 시골스러운 모습의 마을들이 나온다. 정겨운 시골 마을 풍경 속을 걷다 보면 갑자기 웬 부촌이 하나 나온다. 좌우 어디로 둘러보아도 근래에 만났던 마을의 분위기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 보인다. 커다란 정문 안으로 정원이 넓게 펼쳐져있고 간혹 수영장이 나오기도 했다.


 아니, 이 갑작스러운 낯섦은 뭐지...?  지도를 보니 폰페라다의 직전에 이르렀다. 폰페라다의 분위기를 사전에 반영하는 것일까? 넘 갑작스럽게 부유한 동네를 맞이한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아니 마을이 좋아도 너무 좋네!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렇게 조금 지나가니 금세 폰페라다의 등장. 나름 대도시급이 아니었을까? 세련된 번화가가 보였다. 우리가 도착한 알베르게도 성당 같아 보였다. 아니 성당과 함께 있는 알베르게였다. 널찍한 정원과 쉼터가 눈에 보였고 알베르게 맞은편엔 성당이 보인다. 우리가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할 때는 보통 늦은 저녁을 먹곤 한다. 많은 순례자들이 도착하고 4-7시 사이에 저녁식사를 하는데 사람이 붐비기도 하고 주방 식기구들의 사용에도 서로 양보하며 지장이 발생하곤 했다. 그런 번잡함을 피하고자 8시 이후에 저녁 식사를 하면 조금 더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가끔 알베르게마다 주방 사용 시간이 정해져 있긴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런 기준은 없었다. 




계속되는 경사로 발바닥과 발목 모두에 무리가 가는 스페인 순례길 일정 중 하루였다. 

이런 날은 남은 여정을 위해 꼭 편안한 휴식을 쉬도록 해주어야한다.

이 길을 함께 하는 모든 순례자 동지분들 :) 다치지 마세여! 오늘도 부엔까미노 :-)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2

⭐️⭐️⭐️친구들과 함께 부를 (국가 불문으로) 알만한 노래 하나 준비해 가면 어떨까? 물론 스페인에선 BTS가 정말 크게 먹힌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1

⭐️⭐️⭐️⭐️ 카스트로제리즈 , 오리온, 비빔밥. 3가지 키워드만 기억하면 된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0

⭐️⭐️⭐️⭐️⭐️ 속도

이젠 알겠지? 우린 모두 다른 속도로 걸어. 남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나"의 속도에 온전히 집중하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9

⭐️⭐️⭐️⭐️⭐️  휴지 챙겨!!! 

언제! 어디서! 갑자기 필요할지 모른다. 항상 휴대용 휴지 챙기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8

⭐️⭐️⭐️⭐️⭐️ 기회를 만들어 야간 행군을 강력 추천. 

남들과는 다른 시간에 걷는 기분은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을 선물해준다.  대신 안전제일! 음식 준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7

⭐️⭐️⭐️6,7월 스페인은 정말 미친 듯이 덥고 

특히 로스 아르코스 -> 산솔 코스는 자갈길에 그늘 한점 찾기 힘들다. 유의해야 할 코스!! 물 미리 챙기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6

⭐️⭐️⭐️ 반드시 아침 일찍 걷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급함도 금물, 남과 비교도 금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5

⭐️⭐️⭐️⭐️⭐️ 장 볼 때 필요한 식재료 단어, 수량을 공부해가자! 식탁의 퀄리티가 올라간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4

⭐️⭐️⭐️ 일과 후 에너지가 된다면 알베르게에서 나와 마을을 둘러보자! 어떤 재밌는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설레는 마음으로,, ( 단, 무리하지 말기)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3

⭐️⭐️⭐️⭐️ 허기보다 당이 문제. 캔디류를 챙겨나가길 추천 (청포도 캔디 강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2

⭐️⭐️⭐️⭐️⭐️ 등산화는 등산을 위하기보다,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중요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꿀팁 1

⭐️⭐️⭐️⭐️⭐️발에 열이 찬다~ 느껴지면 한 번씩 멈춰서 신발, 양말 다 벗고 열을 식혀주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발가락 사이에 밴드로 마찰을 줄여준다

작가의 이전글 더 지치기 전에 순례길#23. 나는 순례자가 맞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