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초의 덕질, 닿지 않을 그에게 바치는(ㅋㅋㅋㅋ) 찬가
소녀 시절에도 딱히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 되어본 적 없는 나는 열혈팬들의 마음에 공감이 간 적이 없었다. 영화배우나 아이돌들이 아무리 멋있고 매력적이어도 멋있다 정도지 그들의 팬이 되긴 어려웠다. 아무래도 흠결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좋아하다 보면 정 떨어질 일도 자주 생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꺼 될 것도 아닌데 뭐 좋다고 좋아하나’ 싶었다.
그러던 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발레리노 강경호. 2024년, 교직 생활 6년 차. 유독 지쳐있었다. 열심히 해오기도 했고 그 탓에 나의 기준점도 너무 높았다. 마음이 지치니 몸도 자주 골골댔다.
그러던 와중 시작된 엠넷 스테이지파이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트릿우먼파이터의 순수무용 버전이었다. 스우파2, 스걸파, 스맨파까지 다 챙겨보고 콘서트까지 다녀온 사람으로서 스테파는 당연히 볼 프로그램이면서도 순수무용이라는 점에서 미지의 세계이기도 했다.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세 파트의 남자무용수들이 나오는 서바이벌. 레오타드를 입고 정형화된 음악에 맞추어 순서대로 발레의 바 동작을 수행하는 발레리노들을 처음으로 봤다. 발레는 지루하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발레는 발레리나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래서인지 발레리노를 본 기억도 딱히 없고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땀을 흘리며 고도의 숙련된 동작들을 수행하는 발레리노들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쉬워 보이게 할 때까지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자신을 관리했을까 싶어 경탄스럽고 존경스러웠다.
그 와중에 그중에서도 첫 등장부터 눈에 확 띈 강경호 무용수.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되어도 다시 돌아볼 만큼 잘생긴 얼굴에 남성적인 선, 뭔가 신비로운 듯 고양이 같은 매력이 인상적이었다. 발레리노에 대한 고정관념 중 하나가 길쭉하고 마른 체형에 유연하면서도 조금은 여성적인 움직임을 한다는 거였는데. 남성적이면서 폭발적인 힘 + 비전문가가 봐도 클리어하고 정확한 동작. 그런 동작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파워풀한 정확함은 보는 것 자체로 쾌감이 있었다.
방영일조차도 화요일. 완벽했다. 목요일 정도면 이제 한 주가 끝나간다는 행복함이라도 있는데.. 화요일 오후는...... 정..말... 느....리게 갔다............ 어제부터 참 많은 일을 한 거 같은데 아직도 화요일이라는 절망감으로부터 나를 구해준 게 바로 스테파. 화요일 밤 장장 2시간에 걸쳐 방영되는 스테파가 선사하는 도파민샤워!! 좋았던 무대는 몇 번 틈틈이 돌려보고 나면 금세 목요일이 왔다.
이래서 덕질을 하나..? 7살 차이가 나는 남동생과 동갑인 강경호. 당연히 멀티유니버스 속 한 명의 나라도 생애 중 한 번은 제발 한 달이라도 사귀어준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로 멋있지만!!! 사실 남동생과 동갑이어서 그런지 예술성이 너무 뛰어나서 그런지, 멋진 남성으로 보다는 진짜 그 존재 자체로 예술작품인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어찌 됐든 이렇게 화요일이 기다려지고, 콘서트가 기다려질 수가..! 임영웅을 기다리는 어마무시하게 긴 줄에 용감히 합류하시는 어머님들의 마음이 이해가 비로소 갔다. 덕질하는 마음도 꽤나 삶에 활력을 주는구나.. 지쳐서 뻐쩍뻐쩍 말라가는 마음이었어서 그런지 특히나 효과가 뛰어났다.
스테파 콘서트를 보러 부산에 한번. 대구에 한번. 생기부로 눈코뜰 새 없이 바쁘던 겨울방학에 KTX를 타고 가 하루 자고 올 만큼 열성이었다. 직관한 첫 무대를 보면서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정말 주책이지만 기대보다도 더, 너무 아름다워서...! 힘들었지만 열심히 버텨낸 1년을 보상받은 기분이었다. 나한테 직접 뭘 잘해주지 않았는데, 그들의 본업만으로 이런 감정을 누군가한테 줄 수 있다는 걸 그들은 알까?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퓨전발레 갓, 라이프 오브 발레리노, 더블 빌, 발레스타즈, 강경호 단독공연 puppet까지 5번에 걸쳐 강경호 발레리노가 나오는 공연을 보러 갔다. + 우여곡절이 많았던 마지막 스테파 콘서트까지..
유독 좋았던 공연도 있고, 강경호 발레리노가 나오는 부분 빼고 좀 지루했던 공연들도 사실 있었다. 어쨌든 분명한 건 강경호 발레리노 덕분에 진심으로 즐기게 된 문화생활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 그리고 참 매번.. 10대 소녀처럼 가기 전부터 설레었다.
공연이 얼마나 내 취향에 맞냐 와 상관없이 강경호 발레리노는 늘 기복 없는 실력과 스타성을 보여줬다.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정말 대단한 체력과 그보다 더 대단한 정신력이 경탄스러웠다. 방송 출연 이후에 여러모로 정말 바빴을 텐데 소처럼 계속 일해주니 반갑고 고마우면서도, 몸이 생명인 무용수인데 괜찮을런지, 이렇게 지내면 도대체 언제 쉬는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공연 기간에 긴장되고 바쁜 건 물론이고 공연이 연달아 있으니 계속해서 몸 관리와 연습을 해야 할 텐데.. 내 자식도 아닌데 대견하고 기특하고 걱정스럽고 근데 또 설레고 멋지고 참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매번 느끼곤 했다.
운이 좋게도 몇 번은 공연 끝나고 직접 강경호 발레리노와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을 수 있었다. 혼자였으면 절대 다가가지도 못했을 텐데, 같이 간 친구들이 먼저 리드해줘서 정말 고마운 마음 한가득이다.
가까이서 나름 대화 같은 것도 주고받고 나니 아이러니하게 오히려 더 마음 한 켠이 근질거리기도 했다. 더더더 유명한 아이돌 같은 경우는 몇 년을 쫓아다녀도 직접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는 기회조차 갖기 힘들 텐데, 발레리노들은 연예인들보다는 그런 기회가 좀 더 자주 오는 듯했다. 닿을 수 있는 듯 하지만 당연히 또 절대 닿을 수 없는 그..ㅋㅋㅋㅋ 도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덕질을 하는 걸까? 너무 좋고, 이 정도로 콩닥콩닥 주책맞게 설레는 순간이 너무 오랜만이라 나 자신도 놀래면서도, 이상하게 뭔가 더 애타는 마음을 처음 겪어봐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이래서 덕질도 때가 있나 보다 싶기도 했다. 소녀팬이었으면 그냥 단순히 멋지고 설레고 좋았을 거 같은데.
특히 첫 개인 공연에서는 강경호 무용수의 생각까지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았다. (좀 더 가까이서 보고 가장 긴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뒤늦게 열정적인 덕질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장 난해하고 예술적이기도 했으나 개인으로서, 무용수로서 강경호 발레리노의 고뇌와 추구하는 방향성이 느껴진다는 측면에서는 가장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강경호 발레리노와 멋진 무용수들을 알게 해 줘서 참 감사하면서도, 우승자 혜택도 별것 없었고 그 이후도 여러모로 아쉬운 행보를 보여줬던 STF 컴퍼니...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2025 연말이 되어서야 간당간당하게 마지막 콘서트가 열렸다. 그것도 처음 열렸던 대구콘은 취소되고 무기한 연기 후 간신히... 할많하않이지만! 마지막으로 정들었던 스테파 무용수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 안 갈 수는 없어서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무용에 전혀 관심 없는 남편을 끌고 갔다. 여전히 멋지면서도 이제 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쉽고 슬프기도 했다. 어차피 출산 후에는 한동안 이전처럼 문화생활을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은 있었기에, 덕분에 좀 더 아름답고 풍성했던 그들과 함께 한 내 2024~2025년을 정식으로 보내주는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너무나 애정했고, 나에게 개인적으로 힘을 줬던 프로그램의 종지부를 함께 찍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정말... 왠지 모르게 여전히 인정하기 싫지만... 사랑했다 강경호 발레리노. ㅎㅎㅎㅎ 인생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잔뜩 느끼게 해 준 무용수! 영유할 수 있는 문화생활의 폭을 대폭 확장시켜준 정녕 아름다운 예술인! 나보다 어리지만, 심지어 말로 투정 부리지도 않기에 더 와닿던 그 멋진 무브 뒤에 켜켜이 쌓였을 땀방울, 노력, 고충! 볼 때마다 고취되고, 위로받고, 설레고 행복하고, 마음속에 풍성한 아름다움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다 꽉 차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진정한 예술가! 롱런하기를, 출산과 신생아 케어 이후 또 문득 생각날 때면 보러 갈 수 있게 그때까지 활발히 활동하기를, 내가 사랑하는 예술인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자신을 이토록 좋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겠지만..ㅎㅎ 그래도 본인의 탁월한 본업으로 내게 아름다움을 전해준 강경호 무용수, 정말 고맙고 너무나 애정한다.
단 하나 아쉬움은... 정말 이상하게도 임신 중에 한 번이라도 강경호 무용수가 직접 내 배에 손을 얹고 짧게라도 축복의 덕담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랬는데, ㅎㅎㅎㅎㅎㅎ 임신 후에 남편과 간 공연에서는 내 쑥스러움을 뚫고 강경호 무용수에게 먼저 다가가 줄 친구가 없어서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ㅠㅠ
그래도. 곧 태어날 샬로미에게도 보여줘야지. 이렇게 멋진 예술인과 이렇게나 아름다운 예술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세상은 넓고 아름다움은 무궁무진하다고. 너도 맘껏 꿈꾸고 니 인생을 사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