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세이모임의 주제인 ‘중고물품’에 대해 고민하다 생각이 조금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빈티지에 대한 로망은 있지만 막상 효율적인 물건 외에는 중고구매 경험이 없는지라 생각이 흐르고 흐르다 미국에서 선교사님들을 돕던 경험으로 흘러갔다.
선교사님들은 선교와 제자교육, 봉사 외에는 수익창출행위를 하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또 그 삶이 살아가질까? 싶었다. 근데 또 은혜의 삶을 선택하신 분들의 삶은 또 그만의 방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더라. 신기하게도 다양한 방법으로 늘 후원의 손길이 있었다.
그중에 후각, 촉각에까지 인상깊이 박힌 경험 하나가 떠올랐다. 원룸 정도의 크기의 방에 가장 키가 컸던 언니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의 높이로 옷이 가득 차있었다. 옷공장을 운영하시는 분이 시즌이 한참 지났거나 작은 흠을 가진 옷가지들을 잔뜩 보내주신 거였다. 우리의 임무는 이 옷들 중 괜찮은 것들을 골라내 가라지세일에서 팔고 선교사분들의 활동에 후원금을 보태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11명이서 점심 먹은 후 오후 내내 매달려도 2달은 꼬박 걸렸던 기억이 난다. 옷가지들을 골라내다 보면 퀘퀘한 먼지냄새로 코가 간지러워 기침이 나거나 심지어 몸이 근질근질하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의 실재를 그때처럼 체감한 적이 또 있나 싶다. 얇은 여름 옷가지들도 몇 벌 쌓이면 꽤나 무겁다는 것도. 다 같이 콜록대며 잡담을 주고받고 떠들다 보면 몸이 간지러운 것 빼고는 단순노동도 꽤나 재미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멘토로 배정되었던 캠퍼스 간사님을 도와 캠퍼스에 나갔던 날들도 후각적 기억이 아주 강렬했다. 나이도 꽤나 있으시지만 불타는 열정으로 캠퍼스의 큰 휴지통에서 재활용품들을 골라 모아 팔고, 그 금액을 모두 후원금으로 사용하셨던 분이었다. 우리도 당연히 그분을 도와 캠퍼스데이의 끝에는 리사이클링을 함께 했다. 미국은 분리수거를 안 하는 탓에 노다지기도 했지만, 음식물까지도 같이 버리는 바람에 비닐장갑을 껴도 항상 하루 끝에는 손에 냄새가 배곤 했다. 처음에는 동년배들이 공부하러 다니는 곳에서 동양인 애들이 몇 명 모여 리사이클링을 하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모으면 리사이클링 센터에 같이 가서 돈으로 바꿔오곤 했는데, 리사이클링 센터에서는 말 그대로 노숙자들이 가득한 길거리 냄새가 났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 일을 20년 내내 하시며 남들을 후원하신 간사님의 열정과 선한 마음이 너무 느껴져서 창피함이나 고약한 냄새는 점점 무뎌졌던 것 같다.
미국의 도넛가게는 매일 남은 도넛들을 경찰들에게 후원한다고 한다. 그것처럼 LA에서 파리바게트를 운영하시던 한인사장님은 매번 선교단체에 남은 빵들을 주시곤 했다. 우리도 그걸 다음날 아침으로 자주 먹곤 했다. 초코칩이 가득 박힌 트위스트가 제일 인기였다. 누가 보면 말 그대로 그지 같을 수 있는데, 막상 그 삶을 살던 시기는 뭐가 그리 다 감사하고 신기했을까.
본인의 주머니사정이 좋든 아니든 나누는 삶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는 또 은혜가 흘러들어 가는 것 같다. 그걸 곁에서 같이 1년 반이나 찐득히 경험했는데도 어느새 나는 왜 이리 인색해진 것 같은지. 6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대학생 때보다 주머니사정은 나아졌지만 마음은 더 옹졸해진 것 같기도 하다. 꼭 돈에 관한 게 아니어도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기쁘게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좀 줄어든 것 같다. 내가 일군 것이라 착각하고 내 손에 너무 움켜쥐는 걸까. 나 또한 받기만 할 때도 많았는데 주기만 하는 것 같을 땐 왜 이리 계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