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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구나 Sep 25. 2019

정원이가 낮잠을 자면 브람스도 낮잠을 잔다, 나는 그 때 노트북을 켠다. 타자를 두드리고 기저귀를 주문하고 맘 카페를 들어가 보기도 한다.


낮은 길다. 아직도 해가 지려면 네 시간이나 남았다. 정원이에게 몇 번의 수유를 더하고 몇 개의 기저귀를 더 갈아야지만 밤이 온다. 나는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가는 사이의 시간에 집안일을 한다. 젖병을 씻고, 가습기 물을 채워놓고, 화분에 물을 준다. 정원이와 브람스를 지나칠 때마다 그들을 쓰다듬는다. 나는 힘이 난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면 집에 있는 모든 사물들이 사랑스러워진다. 오래된 액자는 액자대로 부러진 나무 서랍은 나무 서랍대로 저마다의 시간을 나와 이 집에서 보냈다. 참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구나.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도 난다. 누군가는 내게 궁상맞다고 하겠지만.


이럴 때는 신랑이 빨리 퇴근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같이 나란히 소파에 앉아, 놓여있는 물건들 하나하나에 시선을 두며 이건 어떻게 산 거더라. 이건 브람스가 어릴 때 다 갉아먹었지. 저건 버려야 되는데 왜 못 버리겠지. 하고 이야기했으면.


참 긴 낮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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