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처럼 비가 내리는 오늘 통유리가 있는 카페 소파에 기대어 앉아있다. 할 일이 있지만, 이대로 그냥 비가 쏟아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싶다. 비가 오는 날은 왠지 모르게 감성적으로 변한다. 그래서 모든 걸 멈춘 채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 없이 마음껏 멍도 때리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걸 그대로 놔두고 싶어진다. 이때 카페에서 나오는 BGM은 폴킴의 ‘비’같은 노래면 참 좋을 것 같다.
직장인에겐 정말 꿈같은 상상인데, 일단 ‘평일 아침’ 머리맡에 있는 창문을 반쯤 열어 둔다. 그리고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살짝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편안히 잠을 자고 싶다. 비가 오는 날 아침은 혹시라도 지각을 할까 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선다. 가방과 쇼핑백을 챙겨 우산까지 쓰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 간신히 버스에 오른다. 버스의 사람들과 부대끼다가 비에 젖은 우산에 스치는 느낌… 으…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냥 비가 오는 날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하루 종일 몸에 추를 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무겁다. 마냥 졸리고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회사 책상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항상 생각한다. ‘아 이런 날 휴가를 냈어야 했는데!’
몇 년 전에 샀지만 활용해보지 못한 빨간 체크 우비를 입고 빨간색 장화를 신고 빗속을 걷고 싶다. 왜냐하면 아침에 단단히 준비를 하고 나갔다가 저녁에 비가 그치면 오히려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이다. 통풍이 되지 않은 우비와 장화는 덥고 습한 걸 2배로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난스러워 보일까 봐 망설이게 된다.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그렇게 완전 무장을 하고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을 때가 있다. 여름의 단골 자료화면인 아이들이 분수에서 뛰어노는 모습처럼 나도 물웅덩이에서 첨벙첨벙 점프를 하고 싶다. 호기롭게 “비야 덤벼라”라고 외치며
이제 제법 공기가 선선하다. 이 비가 끝나면 곧 가을이 올 것이다. 어느 때보다 유난히 덥고 힘든 여름이었지만, 여름을 이렇게 보내기엔 너무 아쉽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 끝나가서 그런가. 여름 다음은 가을이라서 그런가.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올해도 딱 4개월 남았다. 올해 남은 시간 동안에는 좀 더 나를 채울 수 있기를 바란다.
2018.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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