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치킨의 철학
주식투자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나는 왜 이렇게 못 맞추지?'라는 생각을 한다.
기업들의 실적과 리포트를 분석한다.
추려진 종목들 안에서 차트와 보조지표를 활용해서 최종적으로 투자할 종목을 선별한다.
나름 원칙과 근거를 가지고 믿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뜻대로 가지 않았다. 마치 시장이 나를 지켜보면서 장난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2019년까지 투자는 여전히 어려웠고 복잡했다. 기술적 분석에 지쳐가고 있었다. 때마침 새로 생긴 집 근처 중고서점에서 투자 구루들의 책을 한 권씩 구매해서 읽어갔다. 워런버핏, 피터린치, 찰리 멍거, 켄 피셔 그리고 내 투자 선생님 '존 보글'을 만났다.
"아, 이런 투자도 있구나!"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시장은 상승과 하락, 탐욕과 공포, 확신과 의심으로 사이사이 어딘가에서 움직인다. 그래서 한쪽으로만 기울면 결국 후회가 몰려온다. 뛰어난 개별 종목을 찾으려 하기보다 우량한 주식 500개가 담긴 바구니를 사기로 결심했다.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나는 이걸 '바보 투자법'이라 부른다. 머리로 시장을 이기려는 대신에 친한 친구처럼 시장과 함께 가는 법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S&P 500과 나스닥 100 지수 ETF를 꾸준히 사는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다.
"에이. 그건 너무 단순하지 않나? 재미없지."
맞다. 단순하고 재미가 없어서 어이없게 정말 어려운 투자법이다. 미국인들조차도 S&P 500을 평균적으로 10개월 밖에 보유하고 있지 못한다고 한다.
투자자들은 늘 뭔가 '더 똑똑한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수를 제외하곤 처참한 실패를 맛본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똑똑한 전략은 단순하고 오래 보유할 수 있는 미국 지수 ETF를 보유하는 거다.
S&P 500은 말하자면 '시장 전체의 반반치킨'이다. 기술주도, 경기민감주도, 가치주도 섞여 있다. 어느 한쪽이 망해도 나머지가 버틴다. 이 단순한 조합이 세월을 이겼다.
바보 투자법의 핵심이다. S&P 500과 나스닥 100을 투자하면서 균형을 맞춘다. 그런 다음 내가 할 일은 오래 보유만 하면 된다. 오늘도 누군가는 시장 타이밍을 재고, 급등주를 사고팔고를 할 것이다. 나는 그냥 반반을 주문시키고, 시장 전체를 산다. 그게 나만의 바보 투자법 철학이다.
'시장을 이기려는 마음이 결국 시장에 진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투자가 조금은 편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