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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Jul 05. 2024

엄지발가락의 소중함

엄지발가락에 무엇이 생겼다


걷고 뛰는데 불편했다. 처음에는 굳은 살인줄 알았다. 그런데 굳은살이라기에 물컹한 게 잡혔다. 겉에서 볼 때는 굳은살 같았고, 속에는 물렁한 무엇이 있었다. 단순한 굳은살이라고 생각해서 불편함을 참았다. 그러다가 굳은살에서 고름이 나왔다. 그곳을 눌러서 남은 고름을 제거했다. 


제거를 하면 일시적으로 괜찮아졌다가도 다시 부어올랐다. 불편함이 쌓일수록 발가락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굳은살 부위를 긁어보고 티눈 크림까지 발라봤다. 그렇게 한 달을 보냈다. 


불편함에 동네 외과병원을 찾아갔다. 이곳은 아내가 치질 수술을 했던 병원이다. 의사 선생님이 두 분이 있다. 한 명은 치질전문 다른 한 명은 외과를 다루었다. 접수를 하고 내 차례가 돼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내 발가락을 보여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요리조리 만져보았다. "맨발로 걸었어요?" "아뇨" 그러면 "어디서 찔렸어요?" "아뇨"...... 간호사에게 네임펜을 달라고 했다. 내 엄지발가락에 동그라미와 가운데를 지나가는 선을 그렸다. "수술해야 됩니다." "네?"


수술실에 들어가서 엎드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와서 발가락에 극소마취를 4방 놨다. 살면서 느낀 고통 중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시간은 훌쩍 지나갔다. 한 30분 정도 지난 거 같다.


"덩어리가 나왔어요. 조직검사를 해야 합니다."


이후로 2주 동안 소독 치료를 받았다. 덕분에 회사에서도 슬리퍼로 생활했다. 


엄지발가락에 소중함을 느꼈다


나를 괴롭힌 덩어리의 정체는 '표피낭종'으로 밝혀졌다. 항상 그렇지만 일찍 병원에 왔어야 했다. 40대 후반이 되면서 이상증세? 가 생긴다. 작년에 두 번의 피부병, 무좀발톱, 잇몸염증, 임플란트, 표피낭종까지... 


2주간 수술로 인해 좋아하던 헬스와 산책을 하지 못했다. 다른 곳은 멀쩡한데 발가락 한 곳이 불편해서 몸 전체를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평소 신경 써주지 못해서 미안했다. 


완쾌된 기념으로 '풋 로션'을 샀다. 아직 걸음이 부자연스럽다. 바닥에 닿는 느낌이 낯설다. 살짝 힘을 주어 본다. 좋다. 감사하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세 번의 낭종을 제거했다.(손등, 등, 엄지발가락) 

더 이상 내게 찾아오지 말거라~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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