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지켜보고 있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지하철 CCTV는 모든 사물을 흑백으로 보여줬다. 설치된 곳도 별로 없었다.
월~일요일까지 영업을 마치면 막내 직원이 비디오 테이프를 갈아줘야 했다. 당시 CCTV는 가끔 선로에 뛰어드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승객들을 비추는 용도로 쓰였다.
그러다가 컬러 CCTV를 갖추게 됐다. 전보다 명확하게 보여줬다.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는 시대는 놀라웠다.
이때부터 경찰과 형사를 만나는 횟수가 늘어났다.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신고를 받고 CCTV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했다.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지만, 모든 곳을 비춰주는 건 아니었다. CCTV는 지하철 안전과 관련된 승강설비(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와 승강장 스크린 도어를 비추고 있다. 대합실과 승강장에 있는 승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의자는 작게 나오거나 심지어 나오지 않는 곳도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지하철 CCTV 시스템이 모두 바뀌었다. 우리 역에 30개였던 CCTV가 110개로 늘어났다. 거기다가 회전과 줌 기능도 갖추고 있다. 화질은 더 선명해졌다. 나는 새로운 기능을 익히느라 식은땀을 흘린다. 역시 젊은 직원들은 항상 다뤄본 듯 쉽게 익힌다.
"CCTV좀 확인하러 왔습니다."
관할 경찰서에서 두 명의 형사가 문서를 들고 찾아왔다. 형사 신분증과 문서를 확인하고 협조해 준다.
요즘 형사들도 CCTV를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전에는 일일이 직원이 움직여야 했다. 바쁠 때는 매우 난처했다.
문서를 본다. 내용은 전 날 저녁에 우리 역을 이용하던 승객이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사건이다.
형사는 해당시간과 장소를 검색하고 CCTV를 돌려본다.
형사 1: "스톱, 이 사람 아니야?"
형사 2: "맞네요."
형사 1: "음.. 물건을 두고 열차를 탔네."
분실물을 잃어버린 승객은 열차를 타고 가버렸다. 이후 다른 승객이 승강장 의자에 다가왔다.
형사 2: "이 승객이 물건을 슬그머니 자기 가방에 넣고 다음 열차를 탔네요."
형사 1: "오케이 됐어. 이제 다음과정으로 가자고."
형사 두 분은 보여줘서 감사하다며 급하게 사무실을 떠났다. 이후 형사들은 도착한 역과 카드 번호를 조회하고 찾아낼 것이다. 전과 같은 CCTV로는 발견하기 힘들었다. 지하철 곳곳에 사각지대가 많았다. 그래서 직원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는 취객들을 CCTV가 잘 나오는 곳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