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사업도전기 ep4. 사업계획서 어떻게 써..?
사업계획서는 어떻게 쓰는 거냐?
회사에 출근하면, 나에게 주어진 일이 너무 명확했다. 직명, 철도기관사. 오늘 김 기관사에게 주어진 일, 용산부터 천안까지 1565 열차로 내려가서 3시간 쉬고, 1568 열차로 천안부터 용산까지 운행 후 새벽 1시 퇴근. 생각할 일이 별로 없다. 출근해서 할 일을 스스로 정하지 않고 부여된 일을 하는 사람, 직장인이다. 벤처사업에 도전하려 마음도 먹었고, 어찌어찌해서 팀원도 구했다. 그리고 필요한 건 사업계획서였다. 벤처사업 공모에 지원을 하려면 사업계획서가 필요했다. 네이버에 '사업계획서'를 검색해서 양식을 다운로드하였고, PPT파일을 열었는데, 그다음이 문제다.
무슨 사업하지?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께서 보셔도 참 한심할 일이다. 무슨 사업할지, 정한 것도 아무것도 없는데 같이 할 사람부터 구했고, 그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지도 잘 모른다. 근데 일단 사업계획서부터 펼쳤다. 그렇다. 그리고 무슨 사업을 할지, 이제야 자신에게 묻고 있다. 이게 지금 내 수준이다. 정말 한심했다. 그리고 주어진 일만 하던 굳어버린 뇌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도 내지 못했다.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이런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너는 회사에 다녀야 할 운명이다'라는 건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일단 나란 인간도 부딪혀봐야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줄 아니까, 내 비록 장렬히 전사하더라도 이 세계에 발 한 번 붙여보긴 해야겠다는, 정말 작지만 강한 불씨가 남아있었다. 그럼에도 막막한 지, 휴대폰 연락처 목록에 뒤에 '대표'가 들어가는 연락처로 모조리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급했다보다.. 통화의 첫마디가 대부분 이랬다.
형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저.. 혹시 사업아이템 정할 때 어떻게 해야 될까요?
대표님들 중 절반은 "허허"로 일관된 답변을 하셨고, 정말 친절한 대표님께서는 "에? 사업을 하려고? 거기 다녀. 이거 하지 마. 힘들어"의 뉘앙스로 답변을 주셨다. 사람이 무지하면 판단이 안되나 보다. 내가 부족해서 말리는 것인지, 진짜 힘들어서 말리는 것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조금 깨달았다. 둘 다니까.. 내가 능력도 없어 보이고, 힘들기도 하니까 그런 거다. 각 회사 대표 6명한테 전화를 했을 때, 내가 원하던 답변을 못 들으니,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왜 다들 말리는지, 정말 알 수 없었다. 절망감에 빠지려던 찰나, 전화 한 통이 왔다. 4번 째로 전화드렸던 대표님이다. 그리고 바쁘니까 한마디만 한다 하시고, 진짜 한마디만 하고 끊으셨다.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해결하면, 사람들이 네게 돈을 던질 거야!
끊긴 통화 뒤로, 당장 핸드폰 카톡만 들여다봐도, 카톡은 문자메시지의 불편함을 해결했고, 스마트폰은 불편함을 해결한 정도가 아닌, 그냥 혁신 그 자체였다. 자주 타는 전동 킥보드는 애매한 거리를 가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했고, 배달의 민족은 전단지를 보고 전화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결했다. 우리 삶의 개혁은 그렇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어느 불편함을 해결해야 했다. 문제가 뭘까.. 진짜 문제가 뭘까.. 사람들의 문제를 찾기로 했다. 세상의 시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작성하려던 사업계획서 파일을 닫고, 일단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 느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어떤 곳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것을 갈망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사업계획서'라는 키워드로 시작한 하루, 머리가 꽉꽉 차고, 너무 아팠는데, 심장은 뛰고 있었다. 그래도 뭔가 방향성을 부여받은 기분이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