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엄마의 늦었지만 진심어린 노력 3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 일 이후,
아이들과 살기로 결심하기까지
어떤 말을 들었고,
무슨 약속을 강요당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기억하고 싶지 않아
잊은 척 했나보다.
글을 쓰는 동안 기억이 조금씩 나는 걸 보면.
“이번 일에 대해 원망하거나 언급하지 마.”
“아이들이랑 같이 있고 싶으면 그걸 약속해.”
“느그 집에 가든 말든 나한텐 말하지 마.”
지금 들었으면 슬리퍼라도 던졌을 법한 말인데,
그때는 정말… 갈 데가 없었다.
사기를 당한 엄마,
엄마와 절연한 아빠.
당시의 친정집은 40평 아파트 짐을
낡은 빌라 4층에 우겨넣은 곳이었다.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에는
어떤 조건이든 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모자라
시댁은 나와 친정을 깎아내렸고,
형님과의 비교도 서슴지 않았다.
나는 마치,
아이를 앞세워 대단한 집에 시집온
부엌데기 같았다.
그래서 그 즈음부터
일기를 몰래 쓰기 시작했다.
답답하니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으므로..
엄마가 그렇게 쫓겨나듯 떠나고,
나는 천하의 불효녀가 되었고
엄마 따라 집으로 못 간 멍청한 년이자
친정이 무시당하는 걸 그냥 두고 본 머저리였다.
어느 날 밤,
그날도 나는 아이들 옆에 누워 있다가,
아이들이 잠든 틈에 조심스레 거실 바닥에 앉았다.
전기장판도 꺼진 차가운 마루 위에
작은 수첩을 펴고 펜을 들었다.
하루 중 유일하게
속마음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때의 일기들은
대략 비슷한 문장으로 끝났던 것 같다.
“답갑하다..숨이 안쉬어진다.“
아무도 모르게
나는 그 조용한 종이 위에다
그 마음을 쏟고 덮기를 반복했다.
나의 유일한 대화였고,
다른 누구도 들어선 안되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