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한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
같이 노는 친구들 무리 중, 그 안에서도 조금 더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공부를 잘했다. 나도 못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어떤 일을 계기로 성적이 많이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나랑 성적이 비슷해서 그 친구는 나를 경쟁 대상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 시절엔 성적에 비밀이 없었다.
중간, 기말 시험마다 성적이 나오면 사인하라고 교탁 위에 전체 성적표가 올라와 있었다.
그런데 다른 반인 그 친구가 쉬는 시간마다 와서 계속 내 성적을 보고 갔다.
나는 내 성적이 떨어진 걸 알고 있었고,
그게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서 친구가 보지 않았으면 했다.
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몰래 와서 확인하더니,
내 성적이 떨어진 걸 본 이후에는 더 이상 오지도 않고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그때 알았다. 나는 그냥 친구가 아니라 경쟁 대상 1이었다는 걸.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가 학원이나 집에서 얼마나 성적으로 경쟁을 요구받았으면
순위, 점수가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보지 말라고 해도 내 성적을 굳이 확인하고,
그 후로 날 무시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사실 친구가 아니었다. 그냥 성적 경쟁 대상자였다.
다른 친구들이나 내 자식이 생긴다면 이런 경험을 안 겪었으면 좋겠다.
그냥 지방의 작고 평범한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경쟁이 더 심한 곳에서는 훨씬 심하겠지 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때도 영어 성적이 낮게 나왔다고
“성적이 그렇게 나왔는데 어떻게 그렇게 친구랑 웃으며 놀 수 있냐”라고 꾸짖던 선생님이 아직도 생각난다.
펑펑 울면서 집에 가고, 엄마가 학원을 보내줘서 성적은 올랐다.
살면서 경쟁 레일에서 살짝 벗어나는 순간,
사회가 얼마나 차가운 지도 몇 번 느꼈다.
하지만 경쟁 레일 안에만 있으면
순서는 항상 존재하고,
그 서열에 따라 내 행복과 불행이 나눠지기도 한다.
최근에도 비교를 하면서
얼마나 불행해질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글 하나도 써지지 않았다.
‘나보다 분명 글을 잘 쓰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내가 뭐라고 쓰냐’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나를 갉아먹는 생각이 들면
의식적으로라도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다.
러닝 하나를 시작해도
‘남들은 몇 km 훨씬 많이 뛰는데’부터 생각하는 이 고질병.
이게 나라는 인간 안에 원래 탑재된 건지,
사회에서 학습된 건지 모르겠지만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에게 하는 가혹한 말을
가끔은 타인에게도 뱉어 안 좋은 결과를 만든 적도 있었다.
나 말고도 이런 힘듦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다들 스스로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는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아직도 100% 이해가 가진 않는다.
항상 감사하다. 그런 마음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결정을 내릴 때 뭐가 맞는지도 헷갈리는 게 많다.
많은 실패 경험도 하며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한다.
남들 다 가는 길 말고,
조금 더 기회가 올 수 있는 내 길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