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지 사기를 알게 해 준 엄마
평소처럼 주말에 주방 파업을 하고 피자를 시켜 먹다가 문득 어릴 적 엄마가 직접 피자를 만들어주던 게 기억이 났다.
아이와 자주 만드는 우리 집 주말 풍경인데 왜 이 날따라 어릴 적 기억이 났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워킹맘이었던 엄마는 우리 남매에 대한 미안함의 부채 같은 게 있었나 보다. 엄마는 주말이 되면 손수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이느라 정성을 쏟았었다.
집에 최신 전자오븐레인지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엄마는 요리책과 함께 피자 도우를 만들 수 있는 밀가루와 피자 토핑 재료를 장 봐왔다.
열심히 반죽을 하고 숙성을 시켜서 도우가 완성됐고 토마토소스와 건강에 좋은 각종 야채를 토핑으로 만들어준 엄마표 피자는 사 먹던 피자만큼 맛있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의 엄마가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던 기억에 뭉클해졌다.
그랬던 엄마가 이젠 많이 늙었다. 그냥 늙었어도 됐으련만 왜 노년기의 시작점에 사기를 당해 급격히 늙었을까. 어느 날 유튜브에서 봤던 동영상이 떠오른다.
노년을 망치는 일, 이것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제목의 영상.
독립하지 못한 자녀
무리한 투자
그리고 금전적 사기 피해
우리 엄마는 이 중 세 번째에 당첨된 사람이었다.
한평생 성실하게 살아온 보상으로 황금 같은 노년기가 시작될 때, 마치 그런 엄마를 기다렸다는 듯이 늘 현명하고 올바른 판단만 하고 살아왔던 것 같은 엄마가 그런 사기 피해 주인공이 되어 끝도 없는 지하 터널을 파고 들어갔다. 쉽게 꺼내기 힘든 곳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