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감싸 안으며 무너지지 않고 다치지 않기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숨을 고른다. 너무 기대하지 않고 너무 쳐지지도 않게. 글을 써 내려가면 멈출 수가 없다. 나의 잠재의식 어디에선가 불어오는 바람을 잘 그려내고 싶다. 떠나보낸 글들도 많다. 아쉽지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감사할 뿐이다. 라이킷을 눌러주는 분들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었다. 어디 내비치기도 어려운 마음을 글로 풀었는데 반응을 주시니 큰 힘이 된다. 온 우주가 응원하지 않아도 글을 쓰게 한다. 글을 쓸 때면 어떠한 마무리도 짓지 않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지금을 담담하게 바라보며. 써 내려가는 이 마음의 흔적이. 어딘가의 마무리를 아름답게 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크게 놀랄 것도 없었던 소소한 일상들. 그 속에서 발견하는 의미를 그려 나간다. 그 마음글이 아름다운 빛으로 비치기를 원한다.
비가 오기를 반복하더니 제법 날이 쌀쌀하다. 건물 사이로 비추는 햇빛은 눈이 부시다. 어딘가로 걸어가는 사람들. 도로에서도 여기저기 막히는 구간에 갇혀 있는 차들. 고개를 잠시 돌리면 올림픽대로 옆 잔잔히 흐르는 강물. 그 반짝이는 윤슬을 눈여겨보기도 바쁜 사회다. 어딘가로 달려가면 끝을 보고 달려가는 것일 텐데 각자의 끝은 어디일까. 그 마무리를 위해 달려갈 때 만날 수 있는 사람들. 그 인연이 얼마나 귀한가. 늘 보던 사람들도 늘 걷던 그 골목길도. 어쩌면 내일은 마주할 수 있을까. 국이 없으면 목이 막힌다며 급식에 불만을 표하던 나도. 어쩌면 급식을 내일도 먹을 수 있을까. 말 안 듣는 강아지를 보며 짜증 내면서 배변 패드 갈아주는 것도 가능할까. 끝을 모르는 오늘을 살면서 나에 대해서 정의하려고 몸부림치진 말자 나대로 살고 있다
나를 정의할 수 있는가. 나의 순간들을 어떤 기준에 놓고 설명할 수 있는가. 어려운 영역이다. 목마름의 시간이 나를 늘 무엇인가에 집착하게 했다. 나를 알고 싶었고 세상을 알고 싶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책들도 보았고. 내가 모르는 영역을 알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스쳐 간다. 좋은 강의들을 올려서 나의 심금을 올렸던 사람들. 나의 먹방의 시간을 채워 주었던 재미있는 프로그램들. 나와 함께 여행 간 사람들. 나에게 도움을 주고 미소로 바라봐 주었던 사람들. 함께 바라봐 주고 견뎌준 가족들, 그리고 털북숭이까지.
접촉 사고도 유난히 많았던 초보운전자. 실수도 유난히 많았던 캐릭터. 상처도 잘 받던 아이. 조금은 덜 거슬리는 사람이 된 것 같지만 아직 멀다. 갈 길이. 그 길에 두려움과 떨림으로 서 있는 이 시간. 오늘을 처음 사는 초보자로 서 있다. 오늘은 마무리하지만 내일이 주어진다면. 조금 더 알게 된 마음일 것이다. 이 마음으로 시작되는 내일을 향해 걸어간다. 오늘의 애매한 것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무너지지 않고 다치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미묘한 경계 사이지만 걸어가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