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확인하든 안 하든 간에, 누가 하든 안 하든 간에,
엄마, 알림장 부모님 확인란에 오랫동안 싸인 안 했더라. 오늘 다 해줘~!
하이클래스 알림장으로 중요내용은 매일 확인하고 있고 꼭 확인란에 사인을 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던 나는 아이에게 물었다.
선생님이 확인하셔? 다른 아이들은 다 해와?
어떻게든 귀찮음을 덜 옹색한 구실을 찾고 있던 나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던지고, 나는 밀린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 한마디는 이거였다.
"그게 뭐가 중요해~"
아이는 정말 그게 왜 중요한지 모른다는 표정이다.
선생님이 검사를 하든지 말든지, 다른 아이들이 하든지 말든지에 상관없이 자신이 해야 한다고 믿는 일은 그냥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 속은 어떤 요행도 핑계도 끼어들 틈이 없이 견고했다.
안 해도 되는 일은 귀찮다고, 바쁘다고 요리조리 피해 보는 나의 단면은 그 견고함 앞에서 바스러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