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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페베 Jan 11. 2021

야, 너두 <호의행> 존버할 수 있어

덕후 심장을 128비트로 뛰게하는 관전 포인트 셋

최근 <펜트하우스>로 일명 'K-막장', '순옥드' 라는 신장르를 공고히 한 막장드라마계의 대모 김순옥 작가. 

왜 막장 드라마를 쓰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위대하고 훌륭한 좋은 작품을 쓰는 분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불행한 누군가가 죽으려고 하다가 '이 드라마 내일 내용이 궁금해서 못 죽겠다'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그녀의 말은 현대 사회에서 드라마라는 상상의 예술이 갖는 의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내 한 몸, 우리 가족 하나 제대로 신경쓰기 힘든 고달픈 현실에 가상의 이야기에 몰입해 무엇하나 싶지만, 동시에 그 상상 속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하루를 살아갈 힘이 되고 때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일러주는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호의행> 공식 이미지. 전생(밑)과 이생(위)의 대비가 뚜렷하다.

요즈음 <호의행>은 내게 그런 존재다. 존버 또 존버다.

드라마 때깔과 전개가 궁금해서라도 <호의행> 종영하는 그 날까지 두 눈 부릅뜨고 건강해야만 한다. 건강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 때문에 매일 매순간 포기하고 싶어도 중국어 공부를 놓을 수 없다. 혹시나 기껏 존버의 끝을 달려 <호의행> 방영을 했는데 막상 영어 자막조차 없을까봐, 혹은 구릴까봐 걱정돼서다. 


그렇다면 이쯤 당신에게 드는 의문. 도대체 왜 <호의행>에 이렇게 과몰입하는가?

간략하게 <호의행>의 관전 포인트이자, 나를 비롯한 수많은 덕후들이 인생 베팅한 이유를 정리해보겠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rainbowofspb/18 사회주의 브로맨스, 2021 BL 중드 대전의 승자는? -- 에도 짧게 적은 적이 있다. 겹치는 내용 있음)

상징적이고 암묵적이고 자그마한 스포 있음


탄탄한 핵불닭마라맛 스토리

일명 '얼하'로 알려진 원작 소설 <이합화타백묘사존>의 간략한 줄거리는 이렇다. 

자신의 사존인 '초만녕'을 크게 오해하고 증오한 나머지 그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인간계 답선제군 묵연은 끝내 사마외도에 빠져 포악해져버린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데, 그 순간 자신의 15세 시절로 타임슬립한다. 다시 인생을 살며 사존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후회하며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둘이 함께 전생과 이생에 얽힌 미스터리한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다. 


드라마 제목인 <호의행>은 직역하면 '흰 옷을 (입고) 따르는 길'로, 전생에 사마외도에 빠졌던 묵연이 이생에서는 흰 옷을 입고다니는 사존 초만녕에 감화되어 선하게 변화하고, 끝내 그의 뒤를 따라 종사로 거듭나며 초만녕의 모습과 행적을 닮아간다는 스토리가 내포되어 있다. 환생 이후 묵연은 초만녕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품으며 중요한 순간에 늘 초만녕의 선택을 떠올리고, 전생의 초만녕을 따라 중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을 내리기도 하며 모습뿐이 아니라 행동까지 진정한 종사로 거듭나게 된다.

출처: 트위터

연하후회공 X 능력미인수 조합이라니, 벌써부터 맛있지 않은가?

게다가 스토리도 탄탄하다. 환생물 특유의 수많은 복선과 설정, 떡밥이 끝에 가서는 전부 회수된다. 중간에 '어 이거 좀 중구난방 아냐?' 싶은 부분이나, 독자가 예측하지 못했던 것까지도 전부 복선이다. 감정선 전개도 섬세하고, 캐릭터 설정도 좋다. 분량이 진강문학성 연재 기준 본편만 311회차이며, 이는 한국 정발본 기준 무려 20권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스토리를 이어가는 구력이 있다. 중간중간 전개가 고구마스럽긴 하지만, 작가 육포부흘육이 직접 남긴 작가의 말을 보면 그녀의 깊은 고민이 보인다.


또 환생물답게 묵연-초만녕의 관계성이 무려 세 가지! 시청자(독자)는 뷔페 손님들처럼 1. 전생의 답선군 (0.5)  - 2. 환생 이후 이생의 묵연 (1.0) - 3. 오해 청산 이후 묵종사 (2.0) 중에서 원하는 맛의 원하는 관계성을 맘대로 골라먹으면 된다. 또 각 캐릭터별로 서사도 감정선도 다르고 각기 탄탄해서 뭘 골라잡아도 맛있다. 마치 돌잔치에서 아기가 뭘 잡아도 장밋빛 미래로 연결되는 것처럼, 셋 중에 뭘 잡아도 매력있고 애틋한 캐릭터 조합. 심지어 중간에 나이 리버스(!) 도 있다!


물론 이는 마라맛 전개를 버틴 자에게만 허락된 것이니...

전개가 거의 소금광산 수준으로, 짠내가 풀풀 풍길 만큼 애절하다. 도입부터 주인공이 후회로 가득 차 자살하며(이는 즉 그럴 만큼 별의별 맘아픈 짓을 많이 했다는 뜻!), 묵연이 끝내 해묵은 오해를 푸는 것도 초만녕의 희생과 죽음(!! 괜찮아, 부활이야) 때문이다. 

엇갈린 운명, 출생의 비밀, 필연적인 오해, 장렬한 죽음 등 별의별 찌통 서사가 줄줄이 소시지마냥 나온다. 한국 웹소설이 사이다만 찾는 독자들로 인해 서사가 충분히 쌓이지 못한다는 원성이 쌓이는 것과 반대로, 이건 어째 250회쯤 이후부터는 마라고구마만 잔뜩 쌓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눈물 뽑으면서 읽게 되는 맛이 있다. 


특히나 '얼하 3부'는 중국 소설 전개의 매콤함을 가늠하는 고유명사가 될 정도로 핵불닭마라맛.

파파얼하를 한 입장에서, 읽으면 읽을수록 번역기의 성능을 의심할 정도로(...) 전개가 끝장나게 애잔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고 생각하는 편.

결과적으로 3부의 찌통을 담당하는 용혈산->천음각의 에피가 있어야만 묵연 2.0이 결국 과거 답선군에서의 죄악을 씻고 진짜 묵종사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2부까지 이생의 묵연(2.0)은 수련이나 마음씨가 종사로 거듭나긴 했지만, 과거의 업보를 묻어둔 채 사상누각과 같은 행복을 누리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교산 환각 에피에서처럼 엄청난 죄책감과 부담감에 시달리는 상태다. 결국 진정 과거의 잘못을 갚을 순간은 필요하다.


3부가 너무 매워서 못 읽겠다, 드라마 못 보겠다 싶은 독자들은 이건 전생의 죄악을 갚아나가는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그렇게 생각해보자. 마치 <상견니>의 결말이 시청자 입장에선 당장은 슬프지만, 모두를 위해서 그것이 결과론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최고의 해피엔딩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아 참, <이합화타백묘사존> 결말은 꽉 닫힌 해피엔딩이다!!! 물론 마지막 화를 읽기 전까지 이 말을, 그리고 이 말을 한 수많은 완독자들을 매 순간 의심하겠지만 말이다. 저도 그랬어요^^!


또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몰라도 별밤의 고백씬인 179화가 해피의 정점이라면, 279화는 정반대로 오열의 정점. 279화 원문 소제목은 '余生付雪夜'다. 스포 방지를 위해 뜻은 달지 않을테니 파파얼하 하신 분은 각자 해석해보시길 바란다. 아마 279회를 다시 읽고싶어지실듯.

슬픈 건 너네인데 왜 내가 울어


드라마화의 꽃은 각색

이 좋은 원작 스토리를 어떻게 각색했을지가 <호의행>의 최대 관전 포인트.

방대한 스토리와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영상에 맞추어, 그리고 광총의 검열 기준에 맞추어 각색했을 지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어떻게 원작의 BL 코드를 어떤 방식으로 스승의 은혜와 제자의 보은으로 스리슬쩍 숨겼을 지가 기대되는 부분. 


사실 스승-제자 관계는 지기애가 아니기에 설명하기 쉽지만 동시에 아니라서 어려운 소재다. 

<진혼>, <진정령>, <빈변불시해당홍> 같은 경우에는 둘의 브로맨스를 고사 속 지음(知音)과 같은 '최고의 친구 사이'로 풀어낸다. 그런데 사제 관계인 <호의행>의 경우 기본적인 오해-구원 서사를 전개하기는 '친구'보다는 훨씬 설명이 쉽지만, 동시에 관계가 깊어질수록 사제관계이기 때문에 더욱 포장이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애틋한 마음을 상징하는 희대의 명대사인 '저 좀 봐주세요' (니리리워, 你理理我) 는 이 대사가 등장하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친구라면 몰라도, 일반적인 제자-스승 사이에서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과연 어떤 장면에서 어떻게 등장할 지, 등장할 수는 있을지 궁금해진다.

넘넘넘 재밌는데!!! 혹시 호의행 전개 조금만 더 해피하게 해줄 수 있어?!?

원작의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각색을 기대해 본다.

워낙 방대한 이야기인 만큼 전체 스토리를 어떻게 압축했을 지가 포인트. 특히 원작의 단점 보완이 기대된다. 또한 원작에서 조연 서사를 풀어주거나 전체 밑밥을 까느라 군데군데 늘어지는 지점이 꽤나 있고 굉장히 잔인하거나 과한 설정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타이트하게 보완했을 지 궁금하다. 

무엇보다도 원작의 메인 서사인 '환생'과 '타임슬립'이 광총에서 금지당한 검열 대상 소재라, 제작진의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일단 여태껏 웹에 풀린 정보를 토대로 추측해 보면 ...

혈시계, 채접진의 귀계 결혼식, 하사제 에피, 마라물만두 서사, 저승 부활 에피는 확실히 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작의 BL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사매와 귀왕 역할의 성별이 여성으로 바뀌었고, 초비 설정 역시 당연하게도 그대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 언제든 왕이 부를 때마다 와서 금을 연주해야 하는 (!!) 말단 삐에로 관직인 '금대조'로 전생 초만녕의 설정이 바뀌었다는 카더라.


다만 연출만큼은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약간 걱정되는 부분.

이 감독의 전작이 <월상중화>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실력으로 이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각색해서 어떤 식으로 담아낼지 의아한 지점. 하지만 <진정령>, <진혼> 출신 스태프들이 여럿 제작진에 합류했다하니, 모두들 으쌰으쌰 좋은 작품 만들어주기를. 무엇보다 영상미는 보장된 감독이므로, 최소한 주연배우들 영상화보집은 되겠다.


캐스팅,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완벽하다. 이 네 글자만으로도 <호의행>을 볼 이유는 충분하다.

<장야>에서 순수한 소년부터 야망 넘치는 능글남까지 모두 보여준 진비우가 묵연 역할을(스토리상 답선군-묵연-묵종사의 1인3역이나 마찬가지..), 온갖 고장극 가상캐스팅마다 1순위로 불려나오는 라운희가 초만녕 역할을 맡는다. 심지어 둘의 비주얼과 피지컬마저 원작의 인물 묘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꼭 닮았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찰떡같은 캐스팅이라 할 수 있겠다. 심지어 진비우는 묵연과 생일마저 똑같다..

출처. 사진 내 표기 및 트위터

개인적으로 포스트 <진정령>의 자리에 <호의행>이 가장 유력하다고 보는 이유 역시 캐스팅 때문.

지난 글에도 언급했지만, 브로맨스 작품의 성공은 단순히 작품성이나 스토리뿐만 아니라 둘의 CP감, 즉 둘이 갖는 케미와 서사, 관계성이 어울려야만 한다. 대놓고 브로맨스 코드를 넣을 수도 없고 오히려 숨겨야만 하는 상황에서, 둘이 붙는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합이 맞아야 브로맨스의 분위기가 살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랑야방> 시즌 1이다. 매장소(호가)와 소경염(왕카이)의 서사도 케미도 잘 맞은 덕에, 브로맨스 작품도 아니고 심지어 각자 러브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둘의 브로맨스 관계성에 덕후들이 환장한 케이스다.


실제 진비우-라운희 두 배우의 케미도 찰떡같다. 작년 연말 텐센트 성광대상 시상식에서 보여준 둘의 화려한 얼굴합과 훌륭한 케미, 좋은 무대는 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방영 시작되면 풀릴 예능, 인터뷰, 비하인드 등이 매우매우 기대된다. 



텐센트 작품으로, 라운희 피셜 주연배우 본인 후시녹음 더빙이라고 한다. 

동시녹음 마이크도 종종 사진에 찍힌 것으로 보아 <장야>에서처럼 동시녹음 반, 후시녹음 반 진행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설몽 역 배우 주기의 스케줄표로 미루어 볼 때 12월경에 녹음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 중. (21년 1월 14일 기준) 진비우 배우가 직접 직방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아직 후반 작업 중이며 더빙 작업을 꽤 오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절반 가량밖에 못 했다고.


!! 올해 방영할 것으로 기대된다 !!

텐센트 드라마 웨이보 공계에서 올려준 2021년 라인업 6작품(호의행, 여생청다지교, 청잠행, 투라대륙, 곡주부인, 장가행) 에 포함된 유일한 탐개극으로, 올해 안에는 풀리지 않을까 하는 행복회로를 돌려본다. 

다만 방영 시기에 대한 것은 카더라가 정말 들쑥날쑥 그 자체인데, 심의 중이라는 것부터 심의 걸려서 재편집을 하네, 이미 재심의도 끝났네 말은 많지만 뭐가 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나 올해가 중국 공산당 100주년이라, 애국심 세뇌용 공산드라마가 메인이 되어야 하므로 고장극은 물론이고 탐개극은 더욱이 눈치를 엄청 봐야 한다는 썰이 있더라.


공계가 일을 정말 아무것도 안해서 공식 떡밥이 거의 없다. 카더라에 따르면 탐개극은 암묵적인 홍보 제한이 있다니 그것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아보자. <진정령>도 방영 직전에서야 소식이 들려왔다니 기대해보는 걸로!


..제발 해당화 꽃피는 계절에, 스승의 날 전에 와주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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