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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혼란스러워 Jan 05. 2023

COVID-19 격리의 추억

2022년 4월 21일.


결국 나도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 아들 녀석과 함께 집 앞 이비인후과 의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전 날 아이 엄마가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둘 다 양성이었다. 난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출근하기 위해 옷까지 차려입고 나갔는데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들러서 약봉지를 받아 들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Image by Tom from Pixabay

이제 코로나도 끝물이라 걸린 사람도 주변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여전히 격리 대상이다. 코로나확진으로 인한 격리 기간은 오늘 자정까지이다. 7일 동안 집에 있었는데 금방 지나간 느낌이다. 답답하지 않았다. 책과 스마트폰, 노트북만 있으면 나름 괜찮은 생활이다. 하지만 업무로 인한 메일 확인, 전화 연락으로 인해 편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확진 판정 후 이튿날 까지는 이렇다 할 증상이 없더니 삼 일째부터 기침이 나고 열도 약간 났다. 목도 칼칼하고 몸이 좀 붕 뜬, 약한 몸살기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끙끙 앓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평소의 컨디션에 비하면 상당히 축 처진 상태로 지냈다. 열한 살 아이는 이틀 정도 고열에 시달리다가 삼사일 지나니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기침을 하긴 하지만 거의 나은 것 같다. 아이가 고열로 축 처진 모습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었다. 내가 아팠을 때 어머니도 이런 마음이었겠지.


일주일이 하루같이 지나갔다. 아침 먹고, 아이는 줌 수업하고 난 이메일 확인하고 전화받으며 재택근무를 했다. 틈틈이 책을 읽고 점심 먹고 커피 마시고, 다시 재택근무 상태 유지하고 6시 되면 나름 퇴근 기분을 느끼며 노트북을 닫고 쉬었다. 저녁 식사 후엔 거의 책 리뷰를 포스팅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주어진 7일 동안 책 읽고 리뷰 쓰는 일을 실컷 했다. 매일 이렇게 책 잃고 리뷰 쓰는 일만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평단 지원 도서 4권, 내돈내산 3권, 총 7권을 읽고 리뷰를 썼다. 강행군이었다. 그냥 푹 쉴까도 생각했지만 언제 이런 시간이 또 있을까 싶어서 바이러스와 싸워가며 책을 읽었다.


Image by Anrita from Pixabay


"집이 감옥 같아!". 격리 5일 정도 되니 아이가 한 말이다. 처음엔 학교 안 간다고 좋아하더니 며칠 집에만 있고난 후엔 학교도 가고 싶고 밖에 나가 놀고 싶다고 했다. 난 일주일 동안 집 밖에 한 번도 안 나갔다는 게 신기했다. 내 평생 기록이 아닐까?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의식도 못한 채 매일 바쁘게만 사는 요즘 세상에 강제로라도 잠시 격리를 되어 본 건 나쁘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전에 코로나 확진을 진단한 병원 직원이 전화해서 증상은 나아졌는지 아픈 곳은 없는지 물어봤다. 기침이 심해졌다고 했더니 처방전을 약국으로 내려 줄 테니 약을 타가라고 했다. 어제 밤새 기침을 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하루 종일 피곤했다. 아직 격리 기간이라 약 타러 나가지 못하고 오늘 먼저 격리 해제된 전파자가 퇴근길에 타다 주었다. 약을 먹으니 기침이 덜 나왔다.


오늘 오후에 밖을 내다보니 벚꽃 잎이 다 사라져 버리고 나무는 연두색 옷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일주일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다. 죽어야 쉰다더니, 결국 병 들어서 7일을 쉬었다. 온전히 쉰 건 아니지만, 물리적 이동을 수반하는 출퇴근을 7일 동안 하지 않은 일은 인생에 두 번 다시 오기 힘든 일이다.


2년 이상 계속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거의 해제됐다. 조만간 확진자 격리 기간도 줄이거나 없앨 수도 있다고 한다. 하마터면 확진되고도 출근할 뻔했다. 확진자 격리 없어지기 전에 확진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내일부터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아닌 순간이 없듯이 이번 격리 기간도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먼 훗날 이날을 기억하기 위해 짧게 기록한다.




*상단 커버 이미지 Image by Anrita from Pixabay 




*상단 커버 이미지 Image by Anrit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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