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임중도원(任重道遠)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2018년의 해가 저물고 있다. 연말이면 으레 그 해를 대표하는 혹은 정리하는 무언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그 중 매년 교수신문에서 선정한 사자성어가 언젠가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때는 2017년 연말이다. 춥기로는 올해 못지않게 추웠던 그 해 겨울. 나는 친구와 함께 광장에 섰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던 그곳은 처음으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나에게 피부로 와닿게 해줬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그 경험은 이루 말할 것 없이 짜릿했다. 그 해의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처럼 그 해의 모습은 그랬다.
그것은 어쩌면 나에게도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던 나와 친구는 그곳에서 고민했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어둡기만 했다. 정해진 답도 없고 주어진 길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뚜렷했다. 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것.
올해가 그 시작점이었다. 친구는 시험에서 낙방했다. 난 매순간 합격과 불합격의 기로에 놓였다. 앞으로 이 길을 더 갈 수 있을까 고민도 됐다. 내가 정말 그 분야의 깜냥이 없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떠났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는 못하겠다. 일년동안 읽고 쓰고 생각하다보니 이제 이 분야가 좋다. 내가 살면서 이 정도로 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적이 있나 싶다.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 그 짐을 조금씩 이 곳에 풀다보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2018.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