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술과 기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가서

by 강우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아키비움


얼마전 미술관을 갔다. 관람이 아니라 일을 위해서 였다. 목적을 떠나서 오랜만에 미술관을 간다는 사실에 설렜다. 전시된 작품들과 안락한 분위기를 기대했다.


개관을 앞둔 미술관은 분주했다. 미쳐 끝내지 못한 작업을 마치기 위해 인부들이 오고 갔다. 물건너온 작품들은 사람들의 손에 의해 다시 전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화와 조각, 바로크와 르네상스, 무제와 이름 모를 작가. 그 모든 것들이 내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내가 오늘 할 일은 가구을 옮기는 것이었다. 5톤 트럭 가득 실려온 가구를 이곳 3층으로 옮겨 배치하는 일이었다. 제각각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던 책장들이 다 옮겨질 찰나에 가구업체 직원이 왔다. 그에 손에 이끌려 어지럽혀져 있던 가구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았다. 형태를 잡고 책장을 올리고 그 위에 장 하나를 더 올리고 나사를 조이고 수평을 맞추고, 모든 것이 예술이었다. 기술이 예술이다.


본래 예술과 기술은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고대예술의 시발점이었던 이집트에서 예술은 기술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전제정치가 지배체제였던 이집트 사회에서 예술은 그저 장인들이 똑같이 찍어내던 기술품에 가까웠다.


예술이 그나마 예술다워 지기 시작한 곳은 그리스에서부터 였다. 이집트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그리스 사회는 예술에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불어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하게 현재의 다양한 그리스 조각상들이다.


하지만 예술이든 기술이든 모두 인간의 삶을 기반으로 한다. 그 어느 것도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다면 결코 그 의미를 갖지 못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예술은 창의성의 공간이었다.


"요즘 일용직은 얼마나 받아요?" "학생인 것 같은데 어떻게 나왔어요" A 아저씨가 나에게 물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들이 있다는 아저씨는 나에게 일단 무엇이든 해보라고 조언했다. 무엇이든 해보다보면 답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뭐든 해봐야 안다. 예술로 시작한 것이 예술이 될 지 기술이 될 지 해봐야 알며 때론 기술로 시작한게 예술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다. 나는 그렇게 오늘도 사회와의 접촉면을 넓혀간다. 나중에 이것이 예술의 질료가 될 지 기술의 원료가 될 지는 모르겠다. 다시 시작해 보자.


2018.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