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해년(己亥年)과 혐오사회

<고기로 태어나서>를 읽고

by 강우진
한승태, 고기로 태어나서 / 시대의 창


새해가 밝았다. 올해가 600년만의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여서 그런지 다른 해에 비해 그 기대가 남다르다. 물론 누군가는 이것을 상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밋밋하게 한 해를 맞는 것보다 그 시작부터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부터 돼지는 복의 상징이었다. 특히 재물을 상징하는 돈과 연결되어 다양한 의미로 소비되어 왔다. 우리는 흔히 돼지가 나온 꿈을 좋은 꿈으로 해몽하며 복권이라도 살 것을 종용한다. 또 다른 의미에서 돼지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 주기도 한다. 오랜 세월동안 돼지고기는 서민의 밥상에서 저렴한 값과 다양한 맛으로 자리매김 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돼지의 삶은 어떨까? 우리가 돼지를 소비하는 방식만큼 돼지의 삶도 풍족한가? 바로 이런 물음에서 출발한 책이 한승태 작가의 <고기로 태어나서>이다. 그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양계장, 양돈장, 개 사육장 등을 돌며 이에 대한 경험을 생생히 풀어썼다.


책 속 개, 돼지, 닭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이 세 가지 다른 종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상품'이라는 점이다. 인간들에게 상품으로 인식된 순간 그들은 더이상 동물이 아니었다. 단지 그 값어치가 비싸냐 저렴하냐에 따라 운명이 좌우됐다.


태어나자마자 기형을 앓고 있거나 성장과정에서 그 속도가 더디다면 모두 '도태' 됐다. 작가는 특히 이 도태의 과정을 생생히 묘사했다. 성장이 더딘 병아리를 잡아 목을 비튼다든지, 살이 제대로 오르지 않는 돼지를 잡아 분뇨장에 버린다든지 하는 행동들이 그 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모두 다 사료값만 충낼뿐 그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자신이 점점 그 '도태'의 과정에 있어 '무감각'해진다는 사실이었다. 처음 병아리에 목을 비틀때 그 병아리가 자신의 핏속에 들어나 요동치는 느낌을 받았다는 작가는 그것을 일로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무감각해졌다고 묘사했다.


책의 말미에 작가는 말한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붉은 담장'을 허물 필요가 있다고. 코르네이 섬의 옛이야기에서 전래된 붉은 담장은 물리적 경계을 넘어 윤리적 경계가 됐다. 그것이 높아질수록 외부세계에 대한 편견과 이질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8년을 돌아보면 무엇보다 갈등이 많았던 해다. 젠더갈등을 시작으로 계층, 세대 등 기존의 이념갈등을 뚫고 새로운 갈등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여성의 경우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대상이 됐으며 가난한 사람은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도태됐다. 인간과 동물을 가르는 '붉은 담장'이 인간 사이에도 존재함을 증명하는 순간이다.


높아진 장벽은 외부에 대한 내부의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사람에게 있어 부당한 행위는 닭이나 돼지, 개에게 있어서는 정당했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또한 마찬가지다. 난민이나 여성혐오에 있어 그들이 나의 기득권을 빼앗고 나의 일자리를 빼앗아 생계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모든 것을 정당화시킨다.


문제는 인식에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래서 고기를 소비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동물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혐오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구조의 문제나 권력의 문제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들을 모두 약자에게 전가해선 안된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는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즉시할 필요가 있다. 2019년 기해년에는 돼지도 사람도 좀 더 돼지답고 사람답게 사는 사회가 이룩했으면 한다.



20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