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확실하게 웃으며

불의 황무지

by 박성현


노인들이 확실하게 웃으며



한 노인이 손가락질하면서,

당신처럼 표정이 아예 없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다른 노인들도 흘겨보면서 흉물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머리에서 얼굴을 도려낸 사람처럼 단숨에 무너져버린,

어쩌면 얼굴이었을 자리를 샅샅이 뒤적였다

내 손에 남겨진 굴곡은 여전히 깊고 단순한데 그들은 왜 내게 얼굴이 없다고 말했을까

가만 보니 아주 멀고 쓸쓸한 저녁이,

고대 양피지처럼 해독할 수 없는 문자들이 얼굴을 파고들어 식물처럼 뿌리를 내린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저녁과 양피지 사이를 전념하기 시작했는데 그 순간 축축한 눈구멍을 열고 노인들이 나왔다

구체적이고 확실하게 웃으며 내 앞을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