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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령 Feb 15. 2021

지옥같은 평온 : 인도방랑

<India Wandering> - Shinya Fujiwara 

<인도방랑>은 1972년 일본에서 출판된 초기 인도 여행기이다. 사진작가 후지와라 신야가 스물네 살부터 스물일곱 살까지 청년시절 인도를 여행하면서 쓴 에세이이다. 그가 전하는 인도의 모습은 책 속의 어두운 자연광 사진들과 잘 어울린다. 


노골적인가 하면 정직하고, 격정적인가 하면 냉소적인, 젊은 날의 우울을 보여주는 책. 그럼에도 <인도방랑>은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기보다도 '인도'라는 공간에 집중하고 있는 책이다. 책 속에 날것의 '인도'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진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인상깊었던 것은 힌두교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었다. 


"그것(힌두교)은 황무지에서 자라난 도덕이고, 자연이 부여하는 도덕에 대한 사실이며, 사실에 대한 허용이다. 그들의 방식은 정리된 인간의 언어 나부랭이를 믿기보다는 언제나 모순을 토해내는 물체의 무게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언제나 혼돈으로 가득하기는 해도 대단히 온전하다."


그의 글은 일지처럼 두서없고 모호하지만, 많은 풍경들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써낸다. 


예를 들자면 이런 구절들. 

'"살벌하고 약간 유머러스하고 사람을 비웃는 듯한 아직 수많은 희망을 간직한 내게는 그것이 무슨 지옥같고. 그렇긴 해도 왠지 수만년의 평온을 가져다 줄 듯한  기묘한 '장' 을 향해 기차는 달려가고 있다. "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깥 풍경을 보고 쓴 글> 


"한 생명의 탄생을 명백하게 직시하는 위치에 나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곳은 어쩌면 사람이 서 있을 장소가 아니었다. "

 <거리에서 아기를 낳는 산모를 보고 쓴 글>


"그것은 이 황량한 지상에서 인간이라는 무력한 육체가 자연의 도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참으로 비인간적인 도덕이다." 

<죽은 아기를 버리고 오면서 돌연 슬픔에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가난한 남자를 보고 쓴 글>


 그는 꾸미기보다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강렬한 경험 앞에서 겸손했기 때문에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여행가다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해설이 재밌었다. 그 해설 속에 담긴 비틀기가 재밌었다. 

젊은 날 작가 후지와라 신야의 진지함, 그의 마음속 어두움이, 내 마음속 어둠과 통했다. 그래서 좋았다. 공감되었다. 동지를 만난 듯 했다.       


201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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