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고 있는 일에 확신이 부족해질 때가 있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누군가는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것만 같고,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처럼 느껴지며, 예전만큼의 열정이 샘솟지 않는 상황이 영원히 이어질까 걱정되는 그런 시기. 나는 그런 시기에 놓여 있다. 일이 버거워질 즈음 나는 이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다른 일이 아닌 이것만 고집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흔들리는 내가 계속하는 게 맞을까. 고민의 고민의 타래를 엮어가다 보면 좁고 긴 터널 속을 걸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쳐 지나간 어떤 이는 마케터를 하다 개발자의 길을 걸어갔고, 어떤 이는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방을 차려 인스타그램을 홍보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이는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방식에 회의를 느껴 자립해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을 일구고 있다.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누구도 비난을 하거나 한심하게 보는 일 없다. 그럼에도 나에게 이렇게까지 한 가지 일에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한 곳에서 오래 안정적으로 일하는 남들과 다르게 메뚜기 마냥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널뛰기식으로 직장을 옮겨 다녀야 했던 것이 속상해서 친구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멀리서 보면 다들 행복해 보이지만 속에는 말 못 할 고민들이 하나씩은 있어" 라고 건네는 친구의 위로는 이해는 되더라도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없는 노릇이니 한 켠에는 나만큼 힘든 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놓지 못했다.
이직 준비 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나는 부러 이제까지 내 길이라 여기지 않던 것들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완전히 다른 일을 해봄으로써 이 길보다 더 잘 맞는 곳이 있을지 탐색하려는 것이다. 같은 듯 다른 업무 방식에 적응할 무렵 여전히 나는 프로덕트팀에서 일하는 방식이 익숙하고 그립다는 걸 알게 되었다. 편하지만 앞으로 발전할 일이 없는 환경보다, 조금 괴롭지만 다양한 걸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느리고 반복적인 일에 치이는 것보다 바쁘고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인 환경이. 그곳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인정하고야 만다.
아마도 나는 다시 이 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할 일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안정감보다 괴로움을 택했던 지금을 떠올리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한 길에 얽매었던 날보다 선택하지 않았던 가능성에 대해 상상하며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