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서도 네트워크 효과는 유효한가

콜드 스타트를 읽고서

by 꽃비내린

서론

콜드스타트가 아직 국내에 번역서로 출간되지 않았을 때 원서를 구매해 북스터디를 했었다. 그 당시엔 네트워크 효과에 대한 개념적 이해만 했었고 이걸 바탕으로 제품에 적용해보진 못했다. 그럴 필요성이 없었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이 책을 보게 되면서 편견이 있었다. 이미 봤던 내용을 또 본다고 해서 의미가 있을까. 원서가 아닌 번역서로 읽으면서 내가 원서의 절반도 이해를 못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셜/매칭에서의 네트워크 효과

현재 내가 맡은 제품은 네트워크 효과가 중요한 소셜 플랫폼이다. 우리의 핵심 고객은 한국어와 일본어 언어교환을 원하는 네트워크이고 이 네트워크에 한해서는 충분한 성장을 해왔고 지금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야 하는 시기다. 콜드 스타트는 네트워크 효과가 없는 초기 단계부터 성숙기까지 각 상황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와 해결책을 설명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선 최소한의 상호작용이 이뤄질 수 있는 원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하드사이드(일반적으로 공급자)를 데려오는 게 중요하다. 네이버가 숏폼을 론칭하면서 콘텐츠 제작에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도 하드 사이드를 데려오는 일환이다. 마음에서 하드 사이드는 누구인가. 바로 ‘대화를 잘 이끌어 가는 사람'이다. 지금까진 개인이 스스로 동기를 얻어 알아서 돌아가는 구조였다. 그러다 보니 동기가 적어지는 시기(입학, 여행, 연말)에 대화에 참여하는 유저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했다.


요즘의 소셜 플랫폼은 하드사이드(콘텐츠 공급자)에 돈을 지급한다. 우리 서비스는 언제까지 개인역량에 의존해야 하는가. 대화를 잘 이끌어가는 사람이 앱 내에서 돈이든 사회적 지위든 얻어갈 구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이 결정에 대한 리스크는 크다. 기존에 상업적이지 않아서 순수하게 대화에 몰입한 유저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SNS가 아닌 매칭앱에서 그런 시도를 보이는 곳이 없기도 하고. 콜드 스타트에선 하드사이드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핵심 기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핵심 기능을 발견해서 고도화하는 게 올해 1분기 목표다.


AI 시대의 네트워크

이 책을 읽으면서 AI 시대에 네트워크는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누구나 개발해서 제품을 내놓기 쉬워진 시대에 기능만으로 차별화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기능이 새로 생기더라도 다른 경쟁자가 금방 복제할 수 있어서다. 매칭앱의 경우 마을/근거리 중심으로 만남이 이뤄진 시대에서 웹이 발명되면서 온라인상에서 쉽게 목록을 볼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추천은 고도화되고 스와이프 형태의 쉬운 선택 구조로 변화했다. AI 시대의 넥스트는 무엇일까. 우리의 과거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게 된다면 무의식에 있던 외모에 대한 선호와 관계에 대한 생각을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스와이프를 하는 것도 피로도가 높고, 상대가 잘 맞을지 불순한 의도는 없는지 파악하는 것도 지친다. AI가 최적의 매칭을 제공해 준다면? 그건 더 이상 앱의 형태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현재 AI 생태계의 하드 사이드는 해당 AI를 기반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에이전트, 스킬 등의 개발자다. 이들이 AI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외부에 활발히 공유할수록 사람들을 해당 AI 인프라를 도입하게 된다. 지금은 기술적 향상이 하드 사이드의 유입 동기다. 그 점에선 클로드가 잘하고 있다. 하드 사이드의 이용행태를 살피고 이를 각개전투로 만들어 쓰는 것을 기본값으로 지원해 준다.


어느 정도 생산성과 퀄리티가 올라온 이후는 무엇이 하드사이드를 끌어올까. 나는 그다음이 ‘정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MCP를 통해서 다른 플랫폼이 가진 정보를 가져와 AI가 처리하는 것에 가깝지만 이 정보의 교환이 축적된다면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도 AI가 보유할 저장소가 생기지 않을까.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한 매칭앱으로 돌아가보자. 매칭앱은 서비스의 참여자수가 크면 클수록 가치가 커진다. AI가 보편화되면 AI를 쓰는 행태를 통해 이 사용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게 된다. 이 정보로 매칭에 활용될 수는 없을까? AI에 인물 검색에 추천되는 기능이 도입한다면 앱이 없어도 AI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인물을 검색하고 연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UI 기반의 앱 형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하드사이드에 있지 않다.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단계로는 다른 사람의 노하우가 담긴 템플릿처럼 AI의 스킬과 에이전트가 판매되는 시장이 있을 것이다. 중간 단계로 AI에 맥락에 따라 호출하기 쉬운 형태의 데이터를 공급하는 것이다. 웹상에 구하기 어려울수록 가치가 높을 것이다. 물론 AI가 이 정보를 학습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계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데이터를 호출할 때마다 건당 비용으로 받거나 구독료로 할 수 있겠다.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건 역시 AI 인프라다. AI는 안드로이드와 iOS와 같은 운영체제로 기능할 것이다. 오픈 AI, 앤트로픽, 구글 중에서 독점 플랫폼이 탄생하거나 예상치 못한 신생기업이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 중요한 건 개인 단위의 사업이 아닌 이상 기업에선 중간 단계를 어떻게 비즈니스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