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2004년 7월 22일
부쩍 No! No! 가 많아진 랄라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하거나, 무언가 내가 제의를 했을 때 싫으면 무조건 No! No! 하고 머리를 헤비메탈 가수처럼 마구 휘젓는다. 오늘 아침에도 플라스틱 컵에다 물을 줬더니 그건 No! No!이니 노란 유리잔에 물을 달라고 그런다. 빵에 딸기잼을 발라 줄 때, 가장자리 부분은 딱딱해서 그런지 남기길래 그러지 말고 이것도 다 먹으라고 했더니, 또 No! No!라고 한다. 밥 먹을 때 내가 랄라가 늘 앉는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밥을 갖다 주면 No! No! 하면서, 그 자리는 엄마 또는 아빠 자리라고 지명하기까지 한다. 하루에 몇 번 랄라의 No! No! 를 듣는지 내가 한 번 기록해 볼까도 했지만, 나의 일상도 그리 한가하지만은 않아서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여하튼 랄라의 No! No! 증후군에 대해 추측해 보건대, 아마도 내가 랄라에게 그만큼 자주 No! No!라는 말을 써왔던 것에 대한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랄라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20개월 동안 수도 없이 나의 No! No! 를 들으면서 지냈으니까. 뜨거운 건 델까 봐 No! No! 엄마 아빠 소지품은 망가트릴까 봐 No! No! 너무 단 음식은 이가 상하니까 No! No! 높은 곳에 올라가면 떨어져 다친다고 No! No! 엄마한테 떼쓰면 버릇없다고 No! No!
이렇게 나의 No! No! 리스트를 생각해 보니, 랄라 한데 1000번 정도의 'No! No!'를 20개월 동안 부르짖은 모양이다. 계산해 보니 대략 하루에 16번 정도의 횟수이다. 말 못 하고 눈만 깜박이며 나를 바라볼 나이였던 랄라는 아마 속으로 '우리 엄마는 왜 나만 보면 No! No!라고 하지? No! No! 는 뭘까?'하고 궁금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말문이 트이고 랄라도 거침없이 No! No!라고 외치는 걸 보면, 가장 친숙했던 단어 중에 하나를 그 상황에 맞춰 구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미국 코미디언 Bill Cosby의 수필집에 보면, 자신이 철없는 아이였을 때 엄마가 자신을 부르는 또 하나의 이름이 있었다고 하면서, 종교라는 것을 이해하기 전까지 자신을 "Jesus Christ"로 알았었다는 대목이 있다. 말썽꾸러기였던 그에게, 엄마는 무슨 일을 저지를 때마다 하는 소리가 "Jesus Christ!"라고 외치면서 꾸중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당시 혼자 이 책을 읽으면서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막상 내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Bill Cosby의 수필에 담긴 유년기의 한 면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그 한 편의 에피소드가 얼마나 솔직한 일상의 고백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