追慕
한국 날짜로 2020년 3월 31일 저녁 6시경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COVID-19의 창궐로 하늘 길이 막히고, 한국 입국 즉시 14일의 격리가 모두에게 의무화되면서 우리의 장례식 참석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멀리 살면서도 늘 아버님을 살뜰히 챙기며 그리워하던 스톰이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살펴드릴 수 없는 스톰의 비통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스톰의 포효가 새벽하늘을 흔드는 것 같았다. 스톰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난 그의 슬픔이 진정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톰의 애도가 아름답고 숭고하게 여겨진다.
물론 스톰과 나는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못다 한 것이 앞으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멍에로 남을 것이다. 이 어려운 시국에 큰 일을 치르신 어머님을 비롯한 한국의 가족과 친인척 분들께도 송구한 마음을 거둘 길이 없다. 이십 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 이곳이 ‘외딴섬’처럼 느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우리 셋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돌아가신 아버님 손 한 번 만져드리지 못하고, 앙상하게 여위신 아버님의 가슴 한 번 따뜻하게 안아드리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떠나보내야 했다. 화상으로 마주한 빈소에 놓인 아버님의 영정, 오열 없이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아버님의 입관식과 발인, 그리고 마침내 아버님의 봉안식을 지켜보는 것으로 삼일장은 끝났다. 장례는 평소의 아버님의 성품에 맞게 소박하고 간결하게 치러졌다. 봉안을 마친 후, 잠시 비친 한국의 하늘은 4월의 푸르름으로 눈부셨다.
아버님께서는 평생 선한 삶을 사셨고, 다정한 애처가셨으며, 자식들에게는 너그러운 아버지셨고, 손주들에게는 인자한 할아버지셨다. 돌아보면 아버님과 함께한 20년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아버님의 육신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버님의 고운 성품과 맑은 영혼은 앞으로도 우리의 삶에 큰 귀감이 되어주시리라 믿는다. 아버님을 많이 사랑했고 그보다 더 큰 사랑으로 아껴주신 아버님과 나의 인연은 이 세상에서 맺은 아름다운 인연이었다.